매일신문

'네이팜탄 소녀'킴 푹 UN대사 한국 방문

지난 72년 베트남전 때 네이팜탄 피폭을 받은 모습이 AP통신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케 한 판 티 킴 푹(36) 유엔평화문화친선대사가 29일 내한했다.

킴 푹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기자인 닉 우트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피폭 당시 상황과 이후 활동에 대해 얘기했다.

킴 푹씨는 난데없이 덮친 네이팜탄 세례를 맞고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회고하고 그러나 당시 닉 우트씨가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후 그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한 장의 사진이 나의 인생을 뒤바꿔놨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도움의 손길이 뻗쳤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세계에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킴 푹씨는 회견에 동석한 닉 우트씨에 대해 사진기자에 그치지 않고 인간애를 실천한 휴머니스트였다고 각별한 감사를 표시했다. 닉 우트씨는 참상을 찍은 뒤 그를 즉시 병원으로 옮겨 킴 푹씨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3도중화상을 입은 킴 푹씨는 이후 14년 동안 17번에 걸친 수술을 받아야했다.

킴 푹씨는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 10년 후인 82년 무렵부터 정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공산 베트남정부는 미군의 잔학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킴 푹씨를 이용한 것. 의대 재학중 정치적 선전도구가 됐던 킴 푹씨는이에 대해 '억압'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해외망명을 결심한 것도 이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 86년 쿠바에 유학한 그는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뒤 92년 캐나다로 망명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97년 유네스코에 의해 유엔평화문화친선대사로 임명돼 전세계를 돌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네이팜탄 세례를 퍼부은 비극의 당사자를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의 아픔에 연연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화해와 용서의 길을 가고 있으며 이같은 나의 행동이 인류평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 바랍니다"

킴 푹씨는 망명 후 미국 시카고에 킴 푹 재단을 설립해 지뢰피해 어린이 구제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자유의 소중함을 망명 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며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 출간된 자서전 '사진 속의 소녀(The Girl in the Picture)'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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