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저력의 한국, 부패의 한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외치(外治)즉 외교에 강하고 내치(內治) 즉 정치에 약하다는 평을 줄곧 받아 왔다.

이번 필리핀 방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역사상 최초의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동아시아를 공식적으로 한데 묶은 '아세안+3국 정상회의'에서도 특유의 외교수완을 발휘했다는 게 중평이다.

김대통령은 마닐라에서 가질 결산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일정관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골치아픈 국내정치문제가 거론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란 추측도 나왔다. 김대통령은 행사를 취재중인 한 기자가 국내사태에 대한 심정을 묻자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이번 3박4일간의 마닐라 방문에서 느낀 점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경제회생을 놀라워하고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난극복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금모으기운동에 대해서는 아직도 화제였다.

지난 뉴질랜드에서 열린 APEC회의때 처럼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국내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주룽지 중국총리, 오부치 일본총리, 훈센 캄보디아총리,시자와 라오스총리 등은 앞다투어 이를 치켜 세웠다.

이번 회의에 파견나온 주중(駐中)대사관의 한 고위인사도 "환난위기에 빠졌을 때 한국식 개발을 따랐던 주룽지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면서 "역시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는 인식이 다시 생겨났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의 반응을 보면서 금모으기운동은 전세계를 놀라게 한 국민운동이었다는 자랑과 함께 한국은 저력있는 국가라는 희망을 느꼈으며 우리가 너무 자괴감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두번째로는 부정부패구조의 청산없이는 더 이상의 도약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필리핀은 한국의 현 문화관광부 건물을 건설하는 등 60년대만 해도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잘 사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고작 1천달러도 되지않는 빈곤국이다. 원인은 두말할 나위가 없이 지금도 만연한 부패 때문이라고 한다. 인천 호프집 화재·옷 로비사건 등에서 보듯 부정부패가 수위를 넘고 있는 우리 좌표를 다시금 곱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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