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실업률 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경제성장률 8~9%로 상향 수정', '사상 첫 순채권국 전환', '내년 주가 1천400포인트 예상'…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2년만에 받아든 우리 경제의 성적표다. 경제지표로만 보면 우리는 이미 IMF 터널을 벗어난 듯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청신호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깔려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가장 큰 사회적 변화의 하나는 중산층 몰락이다. 올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빈부격차는 오히려 그 폭이 커지고 있다.
올 3/4분기 중 도시근로자 가구 상위 20%의 월 평균소득은 437만9천900원. 최하위 20%의 82만8천400원보다 5.3배나 많다. 양자의 격차는 97년 동기 4.5배보다 더 확대됐다. 상위층 소득에 대한 중위층 소득의 비중은 올 상반기 48.7%에 그쳤다. 상위층이 100만원을 벌 때 중위층은 50만원도 못벌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지난해 49.8%보다 더 낮아졌으며 지난 8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위층 소득에 대한 하위층 소득비율은 지난해 25.4%에서 올 상반기 24.9%로 낮아졌다. 대구지역 생활보호대상 가구도 10월말 현재 5만1천600가구로 지난해 같은 시기 4만2천640가구보다 21% 증가했다. 빈곤층이 전국적으로 1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올들어 빠른 속도로 살아난 소비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역 백화점들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특히 수입명품 매장은 80% 이상 급성장, 경기회복의 혜택이 일부 고소득층에 편중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반면 재래시장·소규모 소매상들은 아직도 외환위기의 찬바람을 맞고 있다. 관광업계에는 유럽, 호주 등 장거리 해외여행은 늘어났지만 동남아 여행은 30% 이상 줄었다. 서문시장상가번영회 한 관계자는 "서민층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재래시장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 상인들은 경기회복을 못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산층 몰락이 고금리정책, 강력한 구조조정과 같은 IMF 초기 정책 실패의 영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리해고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프로그램이 빈곤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20%가 넘는 초고금리로 고소득층은 다시 못올 재테크 기회를 맞은 반면 서민들은 임금 삭감, 가계부도로 허탈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식사회로 전환되면서 고급정보와 기술을 가진 20%의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80%의 빈곤층으로 사회구조가 나뉘는 '20대80의 사회'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빈부격차 확대·중산층 몰락은 많은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세수 차질, 복지예산 과다지출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등 경제적 악영향과 함께 사회불안이 고조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노동가용인구에 대한 재교육과 세제개혁에 초점을 맞춘 중산층 복원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별다른 기술 없는 서민 실업자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생활력을 갖게 하고 빈곤의 세습을 막기 위해 실직가정의 2세 교육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 이자소득, 부동산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중과세하고 근로소득이나 법인소득은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세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 김규원 공동대표(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극화로 인한 사회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년 실시예정인 국민최저생활보장법의 예산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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