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구제역까지 겹치자 유럽 축산업이 공황 상태에 빠져 들었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워낙 강해 유럽 전역이 곧바로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너나 없이 혼란에 휩싸였다.
◇공황 상황 = 영국에선 28일 새로 4곳이 확인돼 감염 지역이 총 22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오는 5월로 예정됐던 총선 조차 실시가 불투명해졌다. 사냥이 중지됐으며 동물원과 왕립공원 3곳도 최근 문을 닫았다. 경마 경기가 취소됐으며 수업과 군사훈련이 연기되는 등 전국이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당국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이제까지 돼지.소.양 등 총 1만1천 마리의 가축을 도축, 소각시켰다. 지난 주에 내렸던 가축이동 금지조치를 지난달 27일 2주간 더 연장 조치했다. 정부는 같은날 비상각의를 열어 3천340억원을 피해 농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키로 결정했다.
농가들은 광우병 때문에 빈사상태에 빠졌다가 구제역까지 닥치자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소득은 지난 5년간 3분의 2가 줄었고, 농가의 농업 총수입도 지난해에만도 27%나 감소했다. 광우병으로 인한 수출 중단 때문에 2년 반 동안 연간 1조3천억원에 이르는 수출시장이 사라졌다. 1996년 이전에 연간 5억2천만 파운드에 달했던 소고기 수출액은 작년에 500만 파운드로 떨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1999년에만도 56명의 농민 및 농장지배인이 자살했다. 작년에는 자살자가 더 늘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각국의 방어 노력 = 유럽 대륙에 양을 수출하는 영국 데번 주 농장의 소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륙 국가들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지난달 27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영국산 고기 및 가축에 대한 전면 금수조치를 오는 9일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EU 수위원회는 오는 6일 다시 회의를 열어 수입금지의 추가 연장 여부 결정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영국에서 수입된 가축 4천 마리를 포함, 총 1만6천 마리를 도축했다. 독일은 지난달 25일부터 영국산 수입 가축 일부를 도살하기 시작했으며, 영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의 기내식 중 소비되지 않았거나 승객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수거해 소각했다. 스페인은 영국산 수입 돼지 540마리를 도축했고, 벨기에는 9개의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영국에서 수입된 양 2천 마리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프랑스는 1만 마리의 가축을 도살했으며, 영국산 양과 접촉한 프랑스산 양 1천600마리도 추가 도살할 예정이다. 영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소독하도록 지난 28일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달 22일 영국산 돼지.소.양에 대해 잠정 수입중단조치를 내린 바 있다.
◇세계 확산 추세 = 대만에서도 이미 구제역이 재발한 가운데, 북아일랜드 농업장관은 28일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마침내 바다를 건너 북아일랜드로 확산됐다"고 발표했다. 북아일랜드 정부는 관중들이 구제역을 옮길 우려 때문에 이날 열릴 예정이던 6개국 국제 럭비경기 대회도 취소했다. 독일도 이날 영국에서 수입된 양 3마리가 구제역 항체 양성반응을 보였다며, 농장 2곳을 격리 조치했다.
이런 중에 홍콩에서도 최근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2천여 마리가 감염된 뒤 464마리가 죽었다고 홍콩 당국이 28일 확인했다. 관계자는 "작년 11월 이후 3개월간 15개 농장에서 구제역 감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 신문 '명보'(明報)는 이날 양돈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 4개월간 홍콩의 300여 양돈농장 중 절반 이상에 구제역이 돌아 2천여 마리가 죽었다고 보도했다. 이웃 대만에서도 최근 돼지 세 마리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엔 핀란드 동부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 1마리가 발견됐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핀란드에서는 1986년 이후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었다.
◇구제역이란 = 소.돼지.양.염소 등 발굽 갈라진 동물들에 발생하며, 걸리면 입술.혀.잇몸.콧구멍.발.젖꼭지 등에 물집이 생기면서 다리를 절고 침을 흘린다. 식욕을 잃고 젖이 나오지 않게 된다. 치사율은 5~75%로 차이가 있다.
원인균인 바이러스는 호흡.소화.생식행위 등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붙어 전염되기도 한다. 사람은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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