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리카 원조는 흑인

17세기 아프리카 중서부 기니 만의 한 마을. 약탈자들이 오두막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노예로 잡아 간다. 쇠사슬에 묶인 주민도 흑인이고, 이들을 노예로 팔아 넘기는 사람도 흑인이다. 코트디부아르 영화감독 로저 음발라가 만든 '아당가만'의 한 장면.

지금까지는 흔히 흑인을 노예로 팔았던 사람은 백인인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해자로서 흑인'을 그리고 있다. 노예 상인 중에는 흑인도 있었다는 것.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한 픽션'으로 확인됐다.

당시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에는 백인이 접근하기 전에 이미 노예제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부족의 부족장들은 자발적으로 많은 흑인들을 유럽에 노예로 팔아넘겼다. 문제의 영화 제목 '아당가만'도 한 부족장의 이름. 술과 총을 얻기 위해 부족민을 네덜란드 노예상인에게 팔아 넘기는 그의 추악한 모습을 영화는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의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피해자들의 후손인 서구 흑인들은 충격과 혼란을 겪고 있지만, 아프리카인들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하다. 한 인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면서, "슬프지만 이제는 진실을 제대로 알릴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당가만'은 작년 11월 프랑스 아이앵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고, 베니스.토론토 등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음발라 감독은 1993년 '예수의 이름'이란 영화로 한 영화제의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와가두구〈부르키나 파소〉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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