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공무원 성과급 파장 확산

28일 지역에서 처음으로 성과상여금을 지급받은 대구지역 경찰들은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이날 오후 경찰관들은 곳곳에서 모여 '사기저하' '업무분위기 훼손' 등 성과급지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 푼도 받지 못한 일부 경찰관들은 간부, 인사담당자 등을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당수 경찰관들은 "근무성적을 바탕으로 기본급의 50~150%를 계급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면서 "상대적으로 근무성적 관리가 쉬운 경무, 방범 등 내근직에게 성과상여금 혜택이 집중됐다"고 비난했다.

한 경찰서 형사과의 경우 대부분 형사들이 한 푼도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거나 50%를 받는데 그쳐 현행 성과상여금 지급방식을 문제삼았다.

한 형사는 "잇단 강력사건으로 밤이슬을 맞고 일하는 형사들은 제쳐놓고, 편안하게 근무하는 직원들이 성과급을 독차지하는데 앞으로 누가 형사를 지원하겠느냐"면서 "돈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며 불평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파출소에 20년가까이 근무한 한 경찰관은 "경찰생활 20년만에 오늘처럼 비참한 적은 없었다"며 "경찰의 주축은 파출소 근무자인데 이렇게 홀대를 받고보니 사기가 말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경찰관들은 성과상여금 제도의 시행으로 파트너십, 동료간 우애 등 전통적인 업무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했다. 한 경찰관은 "형사는 2인 1개조로 움직이는데다 승진을 앞둔 동료에게 검거실적, 표창 등을 양보하는 게 보통이나 이젠 서로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며 고위층의 탁상행정을 탓했다.

한 간부는 "이런 성과상여금 지급방식이 계속된다면 외근 부서가 기피부서로 전락, 경찰조직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48개 중앙 정부기관중 45곳이 성과상여금을 지급했지만 대구시와 구·군청은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는 방침만 세워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중앙 정부기관 대부분이 근무성적, 연공서열 중심으로 지급돼 공무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3월중으로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아래 11억7천8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두고 인사자료 준비를 마친 상태이나 공무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 3급 부이사관급 이상은 형식적이지만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그러나 4급 서기관급 이상은 목표달성도를, 5급 사무관 이하는 근무평정에다 부서장 평가를 합친 점수로 성과상여금을 지급해야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성과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쪽도 고민이지만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자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자에 포함됐으나 상여금을 독식하기는 힘들 것같아 부서 직원들과 나눠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성구 3억원, 달성군 2억4천만원, 중구 1억5천만원, 남구 3천만원 등 성과상여금 예산을 편성해놓은 대구지역 구·군들도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며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구청은 예산부족으로 성과상여금 지급이 불투명한 상태다.동구, 서구, 북구, 달서구 등 나머지 구청은 아예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예산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 구청은 표면적으로 예산사정을 들고 있지만 공무원사회의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성과상여금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면서 "재정상태가 나쁜 자치단체들이 예산이 넉넉한 중앙부처와 보조를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진근 대구시 행정관리국장은 "일부 구청은 예산사정상 성과상여금 지급이 어려울지 모르나 대구시는 3월말까지 지급할 방침"이라면서 "중앙부처가 지급을 시작한 터에 더이상 미룰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원들의 경우 지난달 말 2천여억원의 성과급을 차등지급할 계획이었으나 균등 분배, 기금 조성 등 학교 단위 반발이 잇따르자 지급이 유보된 상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빠른 시일 안에 합당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성과급을 반드시 지급하겠다"면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비율(전체 교원의 30%)을 아예 없애거나 지급액 차등을 적게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한국교총,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일부 개선이 아니라 성과급 제도 자체를 철회하고 교원 보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회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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