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음달 4~5일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모스크바의 고위 외교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국가 수반의 방문일 경우, 미리 예보가 되고 방문 1주일전에 공식 공표되는 것이 관례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25일 현재까지 사실 확인은 물론 일체 논평을 내놓지않고 있다.
김위원장의 방문이 이뤄진다면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앞서 지난해 2월 북한과 러시아가 신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관계 복원 작업이 본격 가동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가수반 자격으로는 소련과 러시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두나라간 관계 복원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됐던 김위원장 방문이 연기된 배경으로 미-러간의 소원한 관계는 물론, 북한이 안고 있는 대 러시아 부채문제가 꼽힌다. 한 북한측 인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자국을 방문, 김 위원장과 만나 처음한 얘기가 "북한이 어려운것은 잘알고 있지만 우선 우리부터 도와달라"였다고 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미-러 간의 관계진전은 둘째치고 북한이 부채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측과 나름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달초 북한을 방문했던 블라디미르 체르누힌 재무차관은 지난 14일 북한이 지고 있는 38억루블에 달하는 부채에 대한 '부채검증증서'를 북한과 체결했다고 밝히고, 북한의 대러시아 부채에 대한 상환 일정 재조정 및 상환 문제가 올 연말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옛소련이 북한에 차관을 제공할 당시 환율은 루블화(貨)가 미국 달러화 보다 강세였기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은 그동안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부채의 정확한 현재가치를 산출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면 김 위원장의 방문중 다뤄질 의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모스크바의 고위소식통은 타스 통신을 통해 '북한의 로켓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아니기 때문에'이번 방문중 미사일 방어 문제가 주된 의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양국간문제와 지역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양국 문제와 지역 문제가 어떤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략 북한의 러시아산 무기 구입 문제 및 이와 연계된 부채 해결방안, 북한내 전력난 해소방안 등이 양국간 문제로 꼽히고, 남북한 접촉 활성화를 비롯한 한반도 상황 안정화 방안,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계 문제 등이 지역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TSR과 TKR 연계 사업은 북한이 이를 통해 통과세로 적지않은 수입을 얻어 부채상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러시아가 북한내 철도 현대화 작업에 투자하고, 한국이 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대(對)러시아 부채를 청산하는 방안까지 검토될 수 있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니콜라이 악쇼녠코 철도장관은 이에 더해 얼마전 TKR과 TSR이 연계되면 TSR을 이용하는 아시아(한국)와 유럽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점차 증가해 연간 100만개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러시아가 매년 (수송.통과비 등 명목으로) 약 20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구매를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부채 문제부터 해결한 뒤에 이를 논의할 것을 제안해 왔다고 전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구매 문제 역시 거론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 위원장의 방문 경로 역시 아직 확실치 않지만 외교 소식통은 타스 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이 "철도로 방문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오는 29일 블라디보스토크을 출발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김위원장이 오는 26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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