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줌마-살림살이 떠밀려 '내 시간'은 없다?

한국사회에 아줌마는 있어도 '아줌마 문화'는 없다. 여가생활이라고 해봤자 통상 TV를 보거나 이웃 아줌마와 수다떠는 게 고작이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외출도 잊은 지 오래이고, 살림에 떠밀려 하나 둘 친구들 얼굴조차 잊어간다. 전업주부의 하루 일상을 통해 실상을 살펴보고,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네'아줌마 문화'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결혼 8년째인 박경희(35·가명)씨는 전업주부다. 봉급생활자인 남편과 초등학교 2학년·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 남편 봉급만으로는 살림이 빠듯하다. 직업을 가지고 싶지만 저임금·단순노무직 이외엔 받아줄 곳이 없다. '건강관리'에 신경 쓸 때도 됐지만 아직 운동이라곤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오전 9시 30분=겨우 한숨을 돌린다. 남편이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오전 6시30분이면 일어나야 한다. 짧은 시간에 아침과 설거지와 집안청소를 모두 끝냈다. 오늘은 더 덥기 전에 '컴퓨터'와 씨름해볼 작정이다. 작년 100만 주부인터넷교실을 통해 컴퓨터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인터넷문학동호회에 가입, 유일한 취미활동을 하는 셈이다.

△낮 12시 30분=하루 세끼 차려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들 둘 다 방학이라 신경이 더 쓰인다.

△오후 3시=큰 아이 미술 과외시간. 방학에 맞춰 또래 아이들 4명과 조를 이뤘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열리는 차례.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청소를 해야 한다.

△오후 5시='집안 일'은 끝이 없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아이들도 연신 땀에 젖은 옷을 벗어낸다. 누진 적용되는 전기요금 때문에 쉽게 세탁기를 돌릴 수도 없다. △오후 7시="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사람이 뭘 한거야". 가뭄에 콩 나듯 모처럼 일찍 들어온 남편이 오늘도 어김없이 한 소리 한다. 저녁식사가 조금 늦은 것이 그렇게 죄가 되나? 하루종일 뭘 했는지 도대체 알기나 할까?

△밤 9시=저녁 먹기가 무섭게 설거지를 하고 돌아서면 아이들 씻길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또 이렇게 지나간다. '여가생활'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왜 책 한 권은 고사하고 신문 볼 시간조차 없는 걸까?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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