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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운동경기와 구경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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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구경꾼이다. 싸움꾼은 못된다. 이기고, 지고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요사이 사람 치고는 못마땅한 사람이다. 곧 남을 밟고 올라서는 사람이 못된다. 남을 밟고 올라간 사람도 오랜 세월을 두고 보면 그것이 그것이고 그것이라 별 수가 없어보이더라.

옛날 그림을 볼라치면 씨름을 보게 된다. 옛날 씨름에는 윗도리를 입고 했을까? 벗고 했을까?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는 어른 아이 없이 씨름은 윗도리를 벗는다. 운동 치고 윗도리를 벗는 일은 퍽 드물다. 씨름 선수도 아마 나이 많아져서 젊을 때 사진을 보면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씨름 선수도 적당한 윗도리를 입는 일은 예의지국인 모양새로 보나마나 좋지 않을까? 씨름협회는 생각해 볼만하다.

구경꾼은 엉뚱한 데가 있다. 때에 따라 그것이 의외로 이치에 맞는 수도 있다. 농구하는 운동을 볼라치면 키가 작은 사람은 농구대 링에도 못 미치지만 키가 큰 사람은 보라는 듯이 링에 매달리고 그 링이 휘청거리기도 하더라. 벌칙으로 농구대에 매달리거나 손이 닿으면 반칙으로 할 수는 없을까? 매달리는 일은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운동의 진실함을 감해 주는 느낌이다.

월드컵이 한국을 크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도 허점은 없었을까? 공이 골문을 맞고 튀어나오면 그 팀은 승부에서 진다는 징크스가 있다. 그것이 사실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 안 그렇다가 문제가 아니라 공이 골문을 맞고 튀어나왔으니 그 순간 공격조는 억울하고 수비조는 간이 콩알만 해졌을 것이다. 공이 골문에 맞고 튀어나왔음은 누가 보아도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 확실한 점을 가령 0.5점을 준다던가 하면 어떨까? 그 점이 많으면 그 한점으로도 승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정구, 탁구, 배구와 같은 경기를 보려고 하면 서브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구경꾼으로 치면 어떻게 해서든지 승부를 속히 가리기보다 경기를 지속하기를 좋아한다. 서브는 두 번씩 넣는다. 한번은 세게 넣고 다음은 보통 약하게 넣는 것이 예사이다. 서브는 경기를 시작하는 선물을 뜻함일 것인데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서브가 수월하면 아마 경기자도 구경꾼도 상당히 공이 여러 번 오고가는 사이가 될 것이다. 구경꾼은 주고, 받고 하는 수가 많을수록 재미가 있는 법이니 구경꾼도 생각해 볼만하다, 또, 한 방법은 서브를 3으로 나누되 처음은 3점, 두 번째는 2점, 세 번째는 1점을 주면 어떨까?

사실 나는 저 어느 한 경기에도 똑똑히 아는 바가 없다. 문외한이기 때문에 우스꽝스럽게도 구경꾼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어리석음이다. 경기자가 열 사람이면 구경꾼은 만 사람이다.

경기자는 구경꾼이 많을수록 신이 나고 신이 난다. 경기자는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구경꾼은 응원함으로써 신이 난다. 구경꾼은 언제나 승부에서 진편에 서기 쉽다. 이긴 편은 의기양양하지만 진편은 사기가 떨어졌으니 진편의 사기를 구경꾼은 돋울 필요를 느낀다.

옛날 시회에서는 그 시간에 시가 안나오면 벌주를 주었으니 벌주는 상과 같은 격려의 뜻이 깊었다. 장원을 하여도 학동들에게 얼마의 되풀기를 함이 예사이다. 운동경기는 주로 물질적이지만은 학문적 면에서는 비교적 물질에서 먼 느낌이다. 나 같은 사람은 순수 구경꾼이지만 전문적 구경꾼이 있다.

씨름, 농구, 야구 등 그 경기장마다 꼭 찾는 사람이 있다. 씨름 선수, 야구선수나 농구선수의 이름은 물론이고, 전적이며 생일도 훤히 익히고 꿰고 있다.

그 구경꾼들은 운동 비평가이요, 해설자이다. 오빠 부대라는 조직이 있기도 하다니 재미도 있다. 지난 유월 월드컵 때의 신나던 구경꾼 노릇을 생각해도 지금의 삼복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영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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