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퇴화된 날개죽지가

축 처져 녹아 내리는 냉동 닭을 손질한다

움츠린 허벅지 사이

말끔히 지워져 버린 수태의 흔적

저 아득함이라니

지상의 어떤 양식으로도

결코 메워지지 않는 썰물이다, 공터다

한 존재를 내려놓고 통과해 낸

지난 세월이 저러했던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아

그리도 깊고 오랜 절망으로 휘청거렸던가

해체된 닭을 들여다 보다

기억의 허방에 잠시 발을 헛 딛고 만다

가혹한 쓸쓸함이다

-손 세실리아 '말복(末伏)

▧여름 무더위가 절정이다. 말복도 멀지 않다. 복날 인간들은 보신용으로 개와 닭을 잡기도 한다. 세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인간이 부귀영화로 자신을 살찌우는 것은 결국 구더기 좋은 일하는 짓이라고 냉소하기도 했지만, 사실 기를 쓰고 보신하는 인간의 식욕은 보기에 따라 추하기도 하다.

냉동닭을 다듬으면서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 가운데 존재하는 인간의 숙명을 되짚어보는 이 시는 말그대로 가혹하게 쓸쓸한 시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