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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화된 날개죽지가

축 처져 녹아 내리는 냉동 닭을 손질한다

움츠린 허벅지 사이

말끔히 지워져 버린 수태의 흔적

저 아득함이라니

지상의 어떤 양식으로도

결코 메워지지 않는 썰물이다, 공터다

한 존재를 내려놓고 통과해 낸

지난 세월이 저러했던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아

그리도 깊고 오랜 절망으로 휘청거렸던가

해체된 닭을 들여다 보다

기억의 허방에 잠시 발을 헛 딛고 만다

가혹한 쓸쓸함이다

-손 세실리아 '말복(末伏)

▧여름 무더위가 절정이다. 말복도 멀지 않다. 복날 인간들은 보신용으로 개와 닭을 잡기도 한다. 세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인간이 부귀영화로 자신을 살찌우는 것은 결국 구더기 좋은 일하는 짓이라고 냉소하기도 했지만, 사실 기를 쓰고 보신하는 인간의 식욕은 보기에 따라 추하기도 하다.

냉동닭을 다듬으면서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 가운데 존재하는 인간의 숙명을 되짚어보는 이 시는 말그대로 가혹하게 쓸쓸한 시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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