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서른 살을 위해

1973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곧 서른 살이 된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그 나이를 위해 '이립(而立)'이란 찬란한 꽃다발을 바쳤다. 하지만 나는 새해에 30세를 맞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룬다'는 뜻을 지닌 그것을 정중히 사양할 것을 권유한다.

그대들이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그해는 유신헌법이란 압제의 그물이 '겨울공화국'의 영생을 획책하고 있었고, 그대들이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그해 봄날에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비린내가 이 산하를 철 지나 피어난 진달래꽃처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대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들어간 즈음까지의 그 십여 년 동안엔 아스팔트에서 활활 타오르는화염병 불꽃으로부터 봄은 온다고 노래해야 했던 세월이었다.

그런데 그대들이 사춘기를 건너가고 있었을 때, 고르바초프가 세계 뉴스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더니 소비에트 체제가 무너졌고,동구권 사회주의가 속속 해체되었다. 어떤 역사가는 여기서 20세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대들이 스무 살을 먹었을 때, 이 땅에는 이른바 '문민정부'가 세워졌고, 이미 '서태지'가 유령처럼 모든 청소년들의 감각과 정서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를 너무 놀라게 했던 것은, 압제의 시대에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보낸 그대들의 그 발랄.경쾌.경박으로부터 시대적 그늘과 상처를도무지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아서 나는 우리의 5천년 역사에서 최초로'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세대'가 등장했다고 정리했다.물론 가난과 정치적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뜻했다.

그 세대의 맏이인 그대들도 이제 서른 살이 되니, 마침내 말하기로 하자. 이 땅에는 고통을 강요하는 억압이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을 억압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억압이 무엇이냐고? 남북분단, 소외된 채 방치된 이웃들, 원한을 쌓는 외국인 노동자들, 여중생 효순이와 미선이를 짓이기고도 무죄가 되는 미군 장갑차….

그러므로 그대들은 공자의 이립을 물리고 차라리 루소의 '삽십대여, 쾌락을 경계하라!'는 경고를 경청하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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