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주이민 100년...-한인사회 이민사 출발점 논란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 등은 대한제국이 수민원이라는 기관을 설립해 1903년 1월 13일 한인 102명의 하와이 이민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를 공식적인 미국 이민의 효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 이민의 출발점을 둘러싸고 미국 한인 사회 내부에서는 몇가지 논쟁이 오가고 있다.

하와이 이민에 앞선 시점에 이미 상당수의 한인들이 유학생 등의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거주하며 사실상의 이민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

그 대표적인 예가 독립운동가 서재필과 안창호의 삶이다.

서재필은 갑신정변의 실패로 1885년 샌프란시스코로 망명, 188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1902년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도산 안창호는 당시 대한제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여권을 발급받아 왔다.

그의 여권 번호는 51번, 부인 이혜련 여사의 여권은 52번으로 원본은 현재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도산의 장녀 안수산(88) 여사와 외손자 필립 커디(47)씨는 "올해를 이민 100년으로 규정하는 지금의 이민사는 틀렸다.

왜 한인의 미국 진출 역사를 줄이는 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안 여사와 커디씨는 "본국에서 여권을 발급받아 미국으로 건너온 뒤 이민 생활을 시작하며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유학생의 역사도 이민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이민 흔적도 있다.

하와이 이민보다 14년이 앞선 1889년 미 콜로라도주 덴버 지역 금광에서 이미 200~500여명의 한인들이 광부 노동자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역사적으로 규명해 내기 위해 미주 한인이민100주년 남가주기념사업회 공동회장 서동성 변호사 등은 덴버 지역 현장검증을 7번이나 다녀 오는 등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서 변호사는 "1800년대 후반 미 덴버 지역 광산업자들이 평북 운산에 들어와 금광 채굴작업을 했는데 당시 광부로 참여했던 운산 주민들이 집단으로 미국 덴버 광산으로 이주했다는 증언이 있다"며 "자료를 통해 그들이 집단 매몰사고 이후 함께 묻혔다는 묘터까지 찾았지만 비석과 기록을 발견하지 못해 아직 역사적 검증 절차를 더 거쳐야 하지만 정황을 종합해 보면 그들의 실체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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