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기 창업자금으로 세탁업 성공 김호경씨

김호경(43.대구 지산동)씨는 마흔을 넘겨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하루 종일 서서 뜨거운 다리미와 씨름해야 하는 세탁소가 그의 도전 현장.

김씨가 세탁소를 개업한 것은 작년 11월. 당시 전 재산이었던 1천800만원과 중소기업청에서 빌린 창업자금 2천만원을 보탰다. 그리고는 개업 첫 달에 바로 350여만원의 매출액을 쏘아 올렸다.

현재 고정 고객은 600여명. 매주 3회 이상 옷을 맡기는 '단골'도 70명에 이른다.

올해 내로 월 매출을 500만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그의 목표. 갈수록 매출이 늘어 목표 달성이 무난하리라고 김씨는 기대했다.

김씨는 세탁소가 가장 흔한 창업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적은 자본으로 손쉽게 차릴 수 있기 때문. 그러면서 김씨는 가장 망하기 쉬운 업종도 세탁업이라고 했다. 창업 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업종 중 하나라는 것. 그런 만큼 세탁업에는 특별한 성공 비결이 필요하다.

김씨의 영업 전략은 품질 제일주의라고 했다. 조그만 얼룩이라도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것. "개업 초기 양복 바지 하나를 붙잡고 종일 씨름한 적도 있습니다. 얼룩을 완전히 지우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이 약품 저 약품 섞어 보면서 저 혼자 연구깨나 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결국엔 다 지워집디다. 이런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스스로 찾아오시게 됩디다".

김씨는 개업 전 준비도 꼼꼼히 했다고 했다. 인연이 있어 5년 전부터 자주 들르던 지금의 동네를 눈여겨 봐 뒀다가 일년여 전 일찌감치 점찍었다. "세탁소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학원에 다니며 기술도 익혔습니다. 거기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부근에 150가구만 있어도 세탁소 한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개업 당시 부근에는 세탁소가 6개나 있었지만 김씨는 개업을 강행했다. 동네 규모가 3천 가구를 넘어 잘 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는 것. 행운도 따랐다. 영업을 꽤 잘 하던 세탁소 주인이 건강때문에 가게를 넘기겠다고 나선 것. 김씨는 업종 선택 다음으로 창업에 중요한 것은 영업 전략이라고 했다.

식당의 경우 부가가치는 크지만 요즘은 워낙 유행을 많이 타 문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가격이 싸든지 품질이 특별하든지 하는 차별성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양복 한 벌 드라이클리닝 요금으로 다른 곳이 5천원을 받으면 저는 4천원까지 내립니다. 품질이 최우선이지만 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 가격 경쟁력입니다".세탁소는 처음이지만 김씨에겐 사업 경력이 많아 장사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직전에는 석유판매소를 해 연간 순수익이 1억여원이나 됐다. 좋은 승용차를 타고 큰 아파트에 살았을 정도. 그러다 무심코 서줬던 빚보증으로 3억원 가까운 거액을 잃고 사글셋방으로 내몰렸다.

"2년 가까이 방황했지요. 그러다 창업을 생각했지만 돈이 없으니 쉽잖았습니다. 돈없는 창업자는 망해도 타격이 적은 종목을 택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세탁소가 괜찮았습니다. 나만 부지런하면 떼돈은 못벌어도 매출을 제법 올릴 수 있거든요".

김씨는 세탁소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즐겁지만 가정의 행복을 찾은 것도 큰 소득이라고 했다. 석유판매상 할 때는 몰랐던 가족 사랑을 깨닫게 됐다는 것. "돈 잘 벌 때는 엉뚱한 데도 많이 쓰게 됐습니다. 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저축을 하면서 또다른 즐거움을 얻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꼬박 11시간을 일하지만 피곤한 줄 모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김씨는 다음달엔 종업원을 고용해 사업을 더 확장하고 고객도 동네뿐 아니라 먼 곳에서까지 끌어올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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