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위기의 불똥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로 튀어 미국과 유럽 사이 뿐만 아니라 유럽국가간의 내부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는 10일 이라크전 발발시 터키 방위를 위해 나토의 군사지원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뒤이어 곧바로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 3국이 이라크 사찰강화를 촉구하고 나서 미국 주도의 이라크공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佛·獨·벨기에, 美 나토 지원요청 거부=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 3개국은 1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터키에 대한 일련의 군사지원을 포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미국의 이라크전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당장 이라크전 개시를 앞두고 전쟁 동참 세력을 확산시키려 공을 쏟았던 미국과 영국은 당분간 전쟁 분위기 확산 노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로버트슨 총장은 나토 회원국간 "매우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나 나토와 터키와의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다"면서 이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오전 10시(세계 표준시 기준) 나토 회의가 속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佛-러-獨 사찰강화촉구 공동선언=프랑스, 독일, 벨기에가 미국 주도의 터키방위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뒤이어 같은날 프랑스, 러시아, 독일이 이라크사찰강화를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사찰 강화를 촉구하는 3국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독일이 참여하지 않은 佛-러 양국 정상회담에서 불, 러, 독 3국의 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미국에 대항해 이라크 무력공격을 저지하고 사찰을 연장하려는 3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선언문은 "러시아, 독일, 프랑스는 평화적인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해 모든 기회를 부여하려 한다"며 "무력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반응=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가 나토의 군사지원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강력 비난한 뒤 "필요하다면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시 터키를 방위하기 위해 나토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나토 헌장 4조가 "터키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파문의 당사국인 터키는 즉각 나토 헌장 4조에 따라 긴급 회의를 열 것을 나토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나토 헌장 4조는 "회원국중 영토적 주권, 정치적 독립 또는 국가기구의 안보가 위협 받을 때 회원국들은 이를 협의한다"는 규정으로 터키의 요구에 따라 회의가 열릴 경우 이는 53년 나토 역사상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외신종합=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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