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궤변" 더 꼬인 정국

현대상선의 비밀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 여전히 정국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김 대통령의 담화가 "실망을 넘어 분노 수준"이라고 흥분하며 김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를 '궤변과 거짓말'에 빗대고 있다.

또 검찰수사나 특별검사제 대신에 국회 차원의 '정치적 결단'을 호소한 김 대통령의 시각에 불만을 토하며 오는 17일 특검제 법안처리 원칙을 고수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라도 정치적 절충보다는 강경 드라이브가 이롭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초법적 행위'라는 점을 계속 부각시켜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국의 키를 쥐겠다는 뜻이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하기 위해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특검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희 대변인도 "대통령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며 김 대통령의 사과를 일축했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 내내 한나라당의 특검제 강행을 놓고 여야간 격렬한 정치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회 과반의석을 넘어선 한나라당이 특검 법안의 단독 처리를 강행하고 민주당은 이를 실력 저지하는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고건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정부출범을 코앞에 둔 노무현 당선자에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정국은 여론의 향방과 노 당선자의 선택으로 모아진다.

특검제 강행에 대한 여론이 냉담할 경우 한나라당이 무조건 강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검 법안 처리를 17일이 아닌 25일이나 26일로 늦추자는 주장이 당안팎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깔고 있다.

여론 동향을 일단 주시해 보자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선택 역시 향후 정국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국회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국경색을 풀기 위해 '특검제 수용'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14일 여야 총무회담에서 정균환 민주당 총무가 기존 입장에서 선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특검 법안 강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힘이 없다"고 밝힌 대목에서 보듯 특검제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회 차원의 해결'을 밝힌 김 대통령의 호소가 정국해빙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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