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고법 아성 흔들리나 역할축소.대법관 선임 좌절...

강완구 대구고법원장은 지난 12일 취임하면서 대구를 '사법부의 성지'라고 했다.

그 위상과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것. 강 원장의 취임사처럼 대구 법원은 100년 이상 우리나라 사법부의 존엄과 전통을 이어왔고 위상도 대단했다.

대구를 거쳐가는 것이 판사들에겐 영광으로 여겨질 정도.

그러나 대구고법의 역할 축소, 최근의 대법관 선임 등을 놓고 대구 사법부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지역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구의 위상 추락에 발맞춰 그 법원까지도 추락하는 것일까?

◇전국 3대 사법 중심지=대구 법원의 나이는 올해로 108세. '대구재판소'가 설치된 것이 1895년이었기때문이다.

이 재판소는 1910년 대구지방법원으로 개칭됐고 1948년 지금의 대구지방법원으로 자리잡았다.

부산에는 1896년에야 재판소가 설치됐고 지법 개편도 1912년에 이뤄졌었다.

대구 법원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한 것은 고등법원이었다.

1908년 8월 '대구공소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대구고법은 일제시대 내내 서울.평양과 함께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고등법원 중 하나였고, 광복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산.경남은 물론 호남까지도 대구고법에서 관할했던 것.

이 때문에 대구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지법.고법 부장급 이상의 전현직 고위 법관을 숱하게 배출, 법조계로부터 '사법부의 성지' '법관 사관학교'라는 명성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대구고법 제1민사부 황영목 부장판사는 "타지 출신 법관들은 대구 법원 근무를 명예롭게 여길 정도였다"며, "지금 다른 지역 지법.고법 근무 부장급 이상 고위 법관의 상당수도 대구를 거쳤다"고 전했다.

대구 법원의 명성을 더하는 데는 대구.경북 출신자들의 역할도 커, 지역에서는 제9대 김용철 대법원장, 이병후.최재호.서윤홍.송진훈.배기원.이용우.강신욱 전현직 대법관, 이동락.지홍원.최덕수 전 대구고법원장 등이 배출됐다.

◇위상 흔들리나?=그러나 대구 법조계에서는 최덕수 전 대구고법원장의 퇴임을 계기로 대구 법원의 위상과 관련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최 원장이 지난 5일 퇴임한 대구의 대표적 향판 출신인 송진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기 때문. 최 원장의 이름은 지난 연말부터 오르내렸고 본인도 내심 기대했으나 사시 후배인 대전 출신의 고현철씨로 대법관 후보 낙점이 이뤄지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대법관이 임명된 1997년 이후 재야에 있던 배기원 변호사가 2000년 대법관으로 임명된 바 있으나 대구의 재조 법조계에선 대법관이 나오지 않아 송 전 대법관 후임의 지역 배정 기대가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법조계에서는 대구고법의 위상이 낮아진 것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구고법은 한때 제주도를 포괄하는 영호남 전역을 관할했으나 호남.부산경남이 잇따라 떨어져 나감으로써 관할 범위가 위축됐다는 것. 호남은 1952년 광주고법으로 분할돼 나갔고, 부산.경남은 1987년 9월 부산고법 신설로 관할에서 벗어났다.

◇기대는 여전=하지만 지역 법조계는 지역 출신 법관들이 전국 법원에서 맹활약하며 대구 법원의 전통과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시 13회의 우의형 의정부지원장, 변동걸 서울지법 수석부장판사, 권남혁 서울 서부지원장이 1, 2년 내에 지법원장으로 승진할 전망이고, 14회에는 김진기 대구고법 수석부장판사 및 손기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있다.

사시 15회의 경우 현직 9명 중 4명이 지역 출신으로 이동흡 서울고법 부장판사, 장윤기 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 전봉진.박일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활동 중이며, 17회에는 차한성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실장이 있다.

18회 11명 중에서도 황영목 대구고법 부장판사, 구욱서 서울고법 부장판사, 송진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3명이 지역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현 대법관 13명 중 3명(이용우.배기원.강신욱)이 대구.경북 출신이며, 오는 8월 퇴임하는 서성 대법관 후임으로도 지역 출신이 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역 법조계는 기대하고 있다.

고현철 대법관 후보의 사시 10회 동기인 이상경 부산고법원장(성주 출신)과 사시 11회인 김동건 서울지법원장(의성 출신)이 차기 대법관 후보군에 속해 있다는 것.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100년 이상의 대구 법원 전통은 소신있고 연구하는 후배들이 있는 한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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