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는 책읽기 경향을 통해 당대의 주된 관심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므로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 목록에 올랐다고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다.
언론 보도나 서점에 붙여놓은 그 목록을 보고 책을 샀다가 실망한 경험을 한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나 서점들이 독자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보다는 상업적으로 오염돼 오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베스트 셀러 가운데 작품다운 작품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 셀러'를 선택하라고 충고한다.
▲한동안 출판계가 베스트 셀러 순위 조작 문제로 시끄러웠다.
적지 않은 출판사들이 자사가 출간한 책을 순위에 올리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책 사재기를 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서점측과 '모종의 거래'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그 순위는 '고무줄 집계로 이뤄진다'는 게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나 할까.
▲중진작가 이청준씨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이 최근 100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1974년부터 '신동아'에 연재, 1976년 문학과지성사가 단행본으로 출간한 뒤 27년 동안 꾸준하게 읽혀 왔으며, 지금도 읽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학과지성사가 발행하는 계간 '문학과 사회' 봄호는 이를 기념해 작가와의 대담, 비평 모음, 신작 소설('꽃 지고 강물 흘러') 등을 특집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지만, '좋은 작품은 오래 읽힌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나환자촌에 병원장으로 부임한 주인공이 섬사람들과 합일을 시도하며 겪는 어려움을 그린 소설이다.
나환자들의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주인공의 꿈이 그들과의 대립으로 실패하고, 다시 그 실패가 화해를 가져온다는 게 줄거리이나 '인간 사회의 천국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점검한 당대 사회의 상징적 축도다.
특히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숙한 솜씨와 깨끗하고 지적인 문체 등이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다.
▲우리는 왜 문학 작품을 읽는가.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가 자기의 진실한 체험.사상.느낌 등을 녹여 전달하고, 독자들은 여기에 정서적 반응을 하게 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이나 현실세계를 발견하면 희열을 느끼고 안도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놀라거나 분노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테디 셀러로 오랜 세월 자리매김해온 '당신들의 천국'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차제에 출판사나 서점들이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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