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설마 그럴 리가"하고 덮어뒀던 문제가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의 새 대통령이 양국관계의 검토와 재조정을 제안해왔으며 우리는 이를 수용했다"고 밝혀 주한미군 감축논의가 현실로 굳어진 느낌이다.
우리는 한미관계의 이러한 괴리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대미 종속을 버리려는 '새 대통령'의 민족적·자주적 의지를 마냥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미국 또는 미군과의 관계가 재설정 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북한 정권의 군사적 불가측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은 우리안보의 버팀목으로 작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군사적 위기상황에서는 감축논의 자체가 안보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새 대통령'에게 몇 가지 묻고싶은 말들이 있다.
먼저 그런 치명적 제안을 하면서 왜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주한미군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그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군이 감축됐을 때 그 공백을 메울 대책이 있느냐를 묻고싶다.
단 3일간이라도 허점이 발생한다면 감축논의는 중단돼야 한다.
미군 감축이 수십년 간의 막대한 군비도입을 전제로 한다면 비용부담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미군 감축이 가져올 경제 등 비군사 부문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의 현 국력으로 수출과 투자, 신용 등의 제 문제들을 극복할 구체적 방안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이런 조건들에 대해 확고하고 믿을만한 답이 없다면 '새 대통령'의 제안은 철회돼야 한다.
국익은 언제나 냉엄한 것이다.
감정이나 이념에 발이 묶이는 오판이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도 주한미군 문제를 새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폭넓게 살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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