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가계 부실' 덮어놓고 돈 풀겠다니

국내외적으로 경기(景氣)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더구나 '북핵(北核)'이라는 경제 외적(外的) 변수를 안고있는 한국 경제의 앞날은 더욱 불확실하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막연한 기대 심리마저 팽배,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이런 마당에 소비가 위축되고 가계 부실이 가속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부실 요인은 해결하지 않고 자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대증요법식 정책은 재고돼야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전망 조사'에 따르면 6개월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79.6으로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이 돈줄을 죄는 바람에 가계 연체율도 급등했다.

지난 1월 말 현재 은행계 신용카드의 1일 이상 연체율은 13.5%로 작년 말 대비 1.7%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30일 연체율의 경우 지난해 말 8.1%에서 10.1%로 수직상승, 미국의 2배에 이른다고 하니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두말할 나위없이 소비는 우리 나라 경기회복의 엔진이었다.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일본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사이, 우리는 탄탄한 내수(內需)를 바탕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내수 진작은 정부의 인위적인 '돈풀기'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쓰고 보자'는 분위기에 편승하다보니 금융권 신용불량자가 260만명을 넘어섰다.

부동산 투기 바람이 우리 경제에 '거품'으로 재등장하고 지금 우리는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자 정부는 다시 가계 부문 대출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소비의 중요성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가계 부실을 도외시한 인위적인 팽창 정책은 재고돼야한다.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제만 양산할 뿐이다.

다소 효과가 늦더라도 '건전 소비'를 권장해야한다.

그것이 '공정과 투명'을 앞세우는 새 정부의 국정 이념과도 일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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