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북사업 계약도 없이 거금 5억$ 선뜻 줬나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대북송금에 관해 직접 해명했으나 김대중 대통령의 해명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어 대북송금의 전모 파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남은 의혹은 5억달러 조성 경위, 정상회담 대가성 여부, 정부의 대출 압력과 편의 제공 정도 등 수두룩하다.

▲조성 경위 = 정 회장은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광범위한 대북 사업권 획득 대가로 5억달러를 송금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대북송금자금은 감사원이 밝힌 현대상선의 2억달러 뿐으로 나머지 3억달러의 출처 및 송금 시점 및 경로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한나라당은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지사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또 다른 해외법인을 통해 4천800만달러를 각각 북한에 송금했고, 현대전자가 현대건설 런던지사를 통해 1억달러를 송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5억달러 이외에 추가 자금을 송금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대가설 = 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5억달러는 대북사업 대가인 동시에 정상회담과 관련 있다는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정 회장도 "5억달러가 대북사업 대가이며 이것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러나 "대북송금이 남북 정상회담과 전혀 무관하다"며 '직접 대가설'을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0년 5월에 5억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는데 6월 정상회담 하루전에 서둘러 송금한 부분을 놓고 '직접 대가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2억달러의 송금 시기를 놓고도 2000년 6월9일(임동원 특보)과 6월10일(한나라당)로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해명과 입증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대북 7대사업 합의발표 미룬 이유 = 현대는 2000년 8월 북한과 대북 7대사업계약을 체결하고서도 그동안 계약서는 물론 내용 자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현대가 대북사업 독점대가인 5억달러를 계약도 체결하기 전인 2000년 6월 송금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자금의 성격과 7대 대북사업의 효력 여부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북측이 정식합의서 체결에 앞서 송금해 줄 것을 요구했고, 북쪽과 사업할 때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송금했다"고 해명했으나, 2억달러라는 거금을 공식 합의서도 교환하기 이전에 건네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압력과 편의제공 정도 =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 통상적인 대출관행을 어기고 대출된 돈을 허둥지둥 북한에 송금한 경위도 해명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법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4천억원을 대출한 것은 산은 자체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의 대북송금이 실정법을 위반하며 이뤄져 정부의 조직적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대해 국정원이 환전 뿐 아니라 국정원의 가차명 계좌를 활용해 송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은 국정원의 편의제공 내용을 묻자 "대통령 담화 때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여전히 궁금증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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