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쇠난로가 고사리손 옹기종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무쇠난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겨울 교실 풍경의 하나다. 양은 도시락이 노릇노릇 누룽지 냄새를 풍길 때 교실은 성애 낀 교실 밖과 달리 그리 훈훈할 수가 없었다.

겨울 등교길을 떠올리면 추웠던 기억밖에 없다.

칼날 같이 매서운 바람, 꽁꽁 언 땅을 밟으며 종종 걸음 친 등교길. 그때 옷은 왜 그리 허술했던지, 옷 속으로 겨울이 똬리쳤다. 교실문을 들어서도 기온은 밖과 다를 바 없었다. 뺨은 터질 듯 했고, 손은 얼어 필통도 제대로 열 수 없을 정도였다.

혹 열기라도 있을까 옹기종기 모였던 것이 무쇠난로가. 그러나 호호 불면 하얀 입김이 그대로 나왔다.

선생님이 오셔서 불을 피우면 매운 연기가 교실을 가득 채웠고, 그 맛에 잠시 찬 겨울을 잊곤 했다.

무쇠난로란 놈이 얼마나 더딘지, 불을 지펴도 2~3교시가 돼야 겨우 교실이 훈훈해졌다.

간혹 갈탄을 넣기 위해 불구멍을 열었을 때, 그 속의 불꽃이 얼마나 예뻤던지 빨려들 듯 했다.

물을 담은 세숫대야를 올려놓지만,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사각 양은 도시락을 차곡차곡 올렸다.

혹 밥을 태울까, 선생님은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을 부르라고 하곤 도시락을 위아래 바꿔주시곤 했다.

점심시간 뜨거워진 도시락을 숟가락으로 털어 열면 하얀김이 얼굴로 가득 피어올랐다.

74년 2월의 교실 풍경이다.

개학날인지 아이들의 얼굴이 말쑥하고 옷도 잘 챙겨 입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아이들이 바짝 긴장했다.

난로에 불을 지피는 선생님의 손길만 자연스럽다.

희끗 희끗한 머리, 새마을운동 배지에 고풍스런 스타일의 점퍼. 옛 은사의 모습이다.

지금이야 스위치 하나로 스팀이 들어오고, 또 예전만큼 춥지도 않지만, 얼룩덜룩한 연통과 양은 도시락, 갈탄 무쇠난로는 옛 겨울 교실의 정겨운 풍경이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