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검찰청에서 묘한 통계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위증(僞證)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98년 845명이던 위증사범이 4년이 지난 2002년에는 무려 60%나 늘어난 1천343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좀 부끄러워진다.
2000년 현재 위증은 우리가 1천198명인데 비해 일본은 겨우 5명에 불과하다.
이를 인구비례로 봐도 671배나 우리가 많다.
남을 해코지한 무고 역시 우리가 2천965명에 일본은 겨우 2명에 불과하고 사기는 우리가 5만 386명에 일본은 8천269명에 불과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같은 동양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우리는 정(情)에 약한 문화여서 거짓에 대한 죄책감이 덜하고, 일본은 담백함(앗싸리)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전형적인 이중성을 가진 국민성이면서도 친절과 정직은 이미 세계적인 일본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화로는 21세기 세계화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투명성이 세계화 시대의 표준가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97년에 겪은 IMF 환란도 투명성 부족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간 데서 온 것 아닌가. 이성을 기초로 한 서양의 질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이상 감성을 기초로 한 동양의 질서도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는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아닌가 한다.
그는 신뢰가 낮은 나라는 신뢰비용으로 인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거짓말은 정치인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일반 국민도 이렇게 타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가치관이 붕괴되고 사회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국민의 정부에 들어온 이후 거짓과 관련된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일까.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투명성 지수가 우리나라는 91개국 중 42위로 OECD나라 중에는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말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IMF경제위기도 작용했을 것이고 새로운 가치관의 등장으로 오는 혼란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적지상주의로 치달은 정치권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지 모르겠다.
거짓, 위선, 폭로, 공작 등이 판을 쳤으니까. 그리고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로 시작하여 '거짓으로만 느껴지는'대북 송금 사과회견으로 끝난 국민의 정부 자세도 혼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옷 로비에서 이번의 대북송금 사태에 이르기까지 온통 거짓말이 나라를 뒤흔들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는지 몰라도 적어도 국민의 느낌으로는 그렇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낡은 시대 청산'을 들고 나왔던 만큼 거짓청산부터 가장 먼저 해야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이에 관한 한 정치분야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가 국민의식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KDI가 'IMF경제위기와 국민경제 의식변화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었던 98년에는 경쟁이 연고보다 중요하다가 57.1%로 건전했다가 차츰 연줄 등 패거리주의(crony lism)가 기세를 부리면서 2001년에는 연고가 더 중요하다가 49.3%로 경쟁이 더 중요하다(45.6%)보다 높아져 버렸다.
바른 정치야 말로 바른 국민이 되게 한다는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이제 더 이상 거짓이 용납되는 정치여서도 안 되고 판치는 사회여서도 안 된다.
부패청산을 들고 나온 후보를 뽑지 않고 낡은 정치의 청산을 들고 나온 후보를 뽑은 국민의 선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 점에서 대북송금도 '발표된 진실'에 어느 정도의 거짓이 들어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자신도 "진상은 밝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 다음의 처리는 중대한 외교적 문제인 만큼 고도의 외교적 결단을 따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거짓이 추방되지 않으면 노무현 당선자가 시도하려고 하는 토론공화국도 도로묵이 될 것이다.
거짓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웃 일본에서는 장래를 촉망받던 사민당의 간판스타 쯔지모토 기요미라는 중의원도 거짓말로 인해 사퇴하지 않았는가. 우리도 낡은 정치의 청산, 그리고 한 단계 높은 정치를 위해 거짓말하고는 배겨나지 못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개혁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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