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들어선 고층건물이 햇빛을 가려 집이 춥거나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등 불편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전망을 가려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고층 건물의 등장과 함께 이 같은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 이상 '이웃사촌'간 문제로 참고 지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고층건물을 못 짓게 막을 수도 없다.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의 판단기준과 대책을 알아보자.
◇일조권.조망권 침해 기준=헌법상 일조권은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일조권을 침해한 건물주는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만 피해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 내인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없다.
'참을 수 있는 한도'라는 이 애매한 기준은 △피해의 성질과 정도 △일조권 침해 방지를 위한 노력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또 특정한 날의 일조량도 일조권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이용된다.
대법원 판례는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중 연속 2시간, 또는 평상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통산 4시간 이상 햇볕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일조권 침해로 인정한다.
신축 건축물은 일조권 확보를 위한 법률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는 허가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일조권을 침해한 건물주는 "건축법 규정대로 건물을 지었다"며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근엔 조망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법률상 문제가 없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연명으로 구청이나 시청에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합의.조정.소송=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 소재한 13층 짜리 송원맨션 주민들은 인근에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려고 하자 관할 구청에 건축 심의를 요구했다.
조망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인근에 신축 계획을 세웠던 아파트는 교수.건축사.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심의를 수용, 신축 아파트의 높이를 낮췄다.
또 방향도 전면 남향으로 건축하는 대신 엇배치해 인근 주민들이 조망권 및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명성웨딩 주상 복합 건축물 중 인근 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101동의 경우에도 1, 2차 교통 영향평가와 건축심의를 거치면서 당초 35층 계획에서 23, 24층으로 낮추어 신축키로 했다.
이미 완성된 건물이라도 건물주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배상을 위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통상 △일조권 침해의 정도 △일조권 침해의 고의성 여부 △침해자의 자력(資力) △피해자의 수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 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1994년 인천 북구 산곡동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 269명이 "일조권을 침해당했다"며 신축아파트 시공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린바 있다.
또 각각의 건물은 일조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두 개 이상 건물의 침해 정도를 합한 결과가 일조권을 침해할 경우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현재 대규모 고층 건물의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에 관한 심의규정은 제도화돼 있다.
그러나 이 심의규정을 통과한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인근 주민들이 재심의 및 조정을 관할 구청 혹은 시청에 요구할 수 있다.
또 1, 2개 동의 소규모 신축 건축물일지라도 그 높이가 주민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판단된다면 신축 전 재심의 및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꽉 막히고 침침한 집에서 참고 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도움말: 최상대 건축가협회 대구지회 도시환경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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