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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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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 서 정 윤 (시인)-

얼마나 뜨거웠으면 움크린 몸 펴지도 못한 채, 그렇게 가셨나요. 그 흔한 이별의 인사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대비도 없이 그냥 이웃에 다녀온다는 말만으로 그대들은 마지막 길을 떠나고 말았군요. 미처 꽃봉오리를 맺어 보지도 못한 어린 아이에서 그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너무 많은 영혼이 한꺼번에 별이 되었습니다. 얼마든지 아닐 수 있는 일을 저지르고만 우리들이 부끄럽고 참담하여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믿고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그대들에게 우리들이 준 건 뜨거운 불길의 배신 뿐, 형체조차 보존하지 못한 그대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말뚝이 박혔습니다. 숨도 쉬지 못할 매운 연기 속에서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립니다. 숨가쁘게 외치던 "엄마, 연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요." 하던 목소리에 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대들이 화를 내고 그 어떤 질책을 해도 아무런 할말이 없습니다.

그냥 담당자들의 책임이라고 담당자를 가려내면 뭐하겠습니까? 그대들의 수많은 가족 친지들이 그대와의 이별을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얼굴, 해그름이면 돌아올 것만 같아 문을 잠그지 못하고 기다립니다.

너무 갑자기 닥쳐온 충격이기에 많은 시간이 흘러야 그대들의 이별을 인정하겠지요.

아닙니다. 그렇게 보낼 수는 없습니다.

하늘이 아직도 저렇게 푸르고 신천강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이별이라니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다시 따스한 손을 잡으며 초롱한 눈길 맞추며 함께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이대로 그대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따스한 밥이라도 다시 먹여, 고기국이라도 끓여 떠 먹이고 그리고 보내도, 보내야지요.

남은 우리들은 어쩌라고 그냥 그렇게 가신 것입니까. 하지만 이미 그대들은 떠났습니다. 그 먼 길을..

그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다시는 지하철에 화재도 그 어떤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대들이 고이 눈 감을 수 있겠지요. 남은 우리들은 여러분 앞에서 이런 각오를 새삼 다짐니다.

그대들이 하늘이 별이 되어 박혔습니다. 이제는 그대들이 우리의 삶을 지키고 있습니다.

부디.. 부디..

좋은 곳에 꽃으로 피어 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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