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대참사가 터지자 여야를 막논하고 정치권이 어느 때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
당 지도부는 물론 국회 재해대책특위 위원들까지 대구로 갔다.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지시하고 국회는 일정을 바꿔 상임위원장단 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돌아갔다.
19일 오전 10시에 장·차관을 출석시켜 전체회의를 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와 건설교통위원회의 대응도 빨랐다.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된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회의가 숙연하게 시작됐다.
의원들의 질책도 따갑고 예리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행자위 회의장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해갔다.
회의가 1시간쯤 지나자 한나라당 의원석과 달리 민주당 의원석은 1명만 남아 썰렁해진 것. 끝내 일이 터졌다.
한나라당 민봉기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어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주당 이강래 의원이 "대통령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고 맞받았다. 고성이 오갔다.
한동안 두 의원이 승강이를 벌이다 이 의원이 자리를 떴다.
민주당 의원석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제 설전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민 의원이 "미국 부시 대통령과 일본 고이즈미 총리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의를 표하는 마당에 김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문이라도 발표해야 하는거 아니냐 생각해서 한 말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나라당 간사인 이병석 의원이 거들었다.
"국민의 불행과 아픔을 나누는 이 자리에 여당 의원이 한사람도 없어요. 우리 지역과 상관 없다는 잠재의식의 표현 아닙니까? 묵념하며 조의를 표했던 여당 의원이 이럴 수 있어요? 위원장이 부르세요".
민주당 박종우 행자위원장은 "상대 당이 없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언이 과하다"며 "김충조 의원은 청문회 준비위원장으로서 회의중이고, 유재규 의원은 대구에 갔고…"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한나라당 의석이 술렁대자 박 위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경우에 따라 안나올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합니까? 흥분하는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회의 진행 과정을 보고 있어도 이랬을까. 슬픔과 통곡에 빠져버린 대구가 5일간을 애도기간으로 정했다는 것을 이들은 알까. 국회 상임위를 지켜본 이들은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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