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지하철 사고를 지켜보며

이번 지하철 전동차 방화는 어처구니없는 큰 재난을 초래했다.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대구시민들을 경악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의 지하철 사고가 아닌가 싶다.

대구가 온 나라 실황뉴스의 초점이 되었고 나라 밖 외신까지 이 소식을 다루었다.

한 사람의 신병비관으로 인한 화풀이 방화가 이처럼 큰 대형 참사를 낳았다.

불지른 장본인도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상상도 못했으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개인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표출 방식'에 있는 것 같다.

한 사람의 혼란스러운 내면세계가 밖으로 폭발할 때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는가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이기도 하다.

많은 학자들은 오늘날 이와 같은 문제를 사회병리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노 표출방식은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상관관계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가정교육의 부실과 우리 사회가 일관된 가치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폭력성의 저지력 약화'이며 다른 한 가지는 '내 잘못을 남의 잘못으로 전가하려는 심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급속한 변화를 겪어왔다.

윤리·도덕적인 변화, 사회·경제적 변화, 정치적 변화, 국제화에 따라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공통되고 일관된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채로 갈등을 겪어 왔다.

개인의 정신구조와 사회적 공동체의 역동은 유사하다.

개인의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면 자신의 욕구와 현실 사이의 갈등을 처리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일관된 어떤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면 인간간의 갈등을 흡수 조정 할 수 없다.

지금의 우리사회 분위기는 자신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 전가하며 쉽사리 남을 공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수년 전 서울에 연쇄방화 사건이 있었고 근래 대구와 부산 일부지역에 차량 연쇄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으나 홧김에 저지르는 행위인지 병적 방화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실제 정신장애의 일종으로 '병적 방화'라 일컬어지는 충동조절장애가 한가지 있다.

이 경우는 뚜렷한 동기나 목적 없이 방화행위를 한다.

이런 점에서 화풀이로 저지른 이번 사건은 소위 말하는 병적 방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재난의 치유는 무엇인가. 맨 먼저 피해자 치료와 보상, 지하철 복구 등 수많은 후유증을 국가적 차원에서 '위기개입'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충격적 사건 후 유의할 점은 '연쇄반응'이다.

모방심리가 자극되어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연달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의 단기적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폭력성의 저지력'을 위한 인간성 회복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폭력에 관대한 듯한 사회적 분위기와 폭력을 조장하는 영상물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려 화풀이하는 풍조도 억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장차 유사한 형태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가정교육과 우리사회가 폭력성을 억제할 수 있는 일관된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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