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화 참사 사건은 우환이 이어지는 대구를 느끼게 한다.
먹고 살 길이 어려워진데다 정치의 소외 지역으로 몰려 명함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된 대구 사람들이 이번에는 불에 타서 죽어갔다.
복공판과 화염으로 대구 사람 수백명을 죽게 한 지하철만 해도 부산은 수조원 단위의 부채를 국가가 관리토록 하고 있는데도 가난한 대구는 스스로가 부담하며 대구를 더욱 찌들게 한다.
불을 질러 죽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고 그 불에 원통하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게 대구의 오늘이다.
대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대구 사람들이 국가의 축을 세우던 시절, 서울와서 출세한 대구 사람중 고향을 걱정한 이가 얼마나 됐을까. 대구시장을 거친 사람치고 대구에서 사는 사람이 없고, 잘나가던 시절 떵떵거리며 출세한 대구 사람들이 죄다 제 잘나서 그런줄만 알던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구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
제잘나서 성공한줄 알아
"대구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시장이니 지사니 장관이니 지낸 사람치고 고향 덕택에 그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김만제 의원의 지적은 오늘의 불행이 내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말이다.
제 잘나서 출세했다고 생각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 고향의 내일을 걱정하고 고향 일에 발벗고 나설까.
최근 대구·경북 사람중 주목받는 두 정치인이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전 최고위원과 민주당 이강철 개혁특위 위원이다.
검사에서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를 해 온 강 의원이 정치적 행운아라면 이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하기 전까진 정치적 낙오자였다.
40대 초반 국회의원이 된 강 의원은 대구·경북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대한 실망으로 당시 신한국당 후보 상당수를 낙선자로 만들 때도 지역구 의원의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그만큼 대구·경북이 믿고 키워 온 정치인이다.
그러나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중 7년8개월이란 최장기 감옥 생활을 한 운동권의 대부 이 위원은 이철 유인태 의원 등 여타 운동권 출신들이 속속 국회로 진입할 때도 대구·경북에서 언제나 낙선자였고 노무현 당선자의 측근 참모로 떠오른 지금도 여전히 대구에서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강 의원은 이회창 이후 한나라당 호를 이끌 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위원은 대구·경북과 노 당선자를 연결하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두사람 모두 각각 여·야에서 지역의 정치적 정서와 고민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난 9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 출마를 선언한 강 의원을 "강 블레어"라며 비꼬기도 한 대구 의원들도 나이 어린 그가 "향후 대구를 대표할 정치 지도자"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 위원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대구·경북 사람들의 진로에 적잖은 일을 해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국적으로 가장 지지를 적게 얻은 대구·경북을 노 당선자가 이해하도록 앞장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 키워야 미래 있어
그러나 서울 정치권이 뭐라하든 강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로 여기지 않는 지역 유권자가 존재하고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이라 할지라도 이 위원에게 큰 점수를 주지않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여전히 적잖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정치적 내일은 얼마나 '지역속으로' 들어가는 가에 달려있다.
정치적 방향은 서로 다를지라도 대구·경북 사람들도 두 사람을 키우고 보호해야 한다.
서울 사는 대구 사람들은 "대구는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고 하고 대구에서는 "출세한 사람은 더 이상 대구 사람이 아니다"고 외면한다면 대구의 내일은 오늘과 다를 수 없다.
대구 사람들의 마음이 두 사람을 껴안고. 두 사람 역시 자신의 성장에 앞서 지역의 고민과 진로를 먼저 생각한다면 대구·경북은 결코 정치의 소외지대가 아니고 추락하는 도시가 아니다.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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