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시작되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를 모토로 내세운 참여정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통치할 앞으로 5년을 불안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알면 길이 보인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알면 그만큼 대응력이 생기고, 가야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노 대통령의 첫 정책실장으로 발탁된 경북대 이정우 교수가 최근 한국경제학회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한 논문 '한국의 경제발전 50년'에서 차기정부 정책방향을 가늠해본다.
◇ 양적 성장 커도 생산성 상승은 낮아
앞으로 50년간 한국경제가 찾아갈 과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연히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실천에 키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발전속도는 눈부시며, 외국 기관에서도 호평을 보냈다.
그런 평가는 한국의 경제발전이 단순히 양적인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배의 개선, 빈곤의 축소, 실업의 감소 등을 통해서 저소득층까지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소위 '골고루 나눈 성장'(sharred growth)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서 가능했다.
그밖에도 산업구조 변동의 속도나 보건, 교육 등 분야에서 삶의 질의 개선이란 측면을 검토해볼 때 한국의 발전은 다른 저개발국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점들은 모두 한국경제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이며, 그런 의미에서 동아시아의 기적 중에서도 한국이 우수한 사례로 손꼽혀 온 것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적은 자유로운 시장의 작용보다는 강성국가의 경제에 대한 깊숙한 개입으로 일어났으며, 양적 성장은 컸으나 생산성 상승은 낮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발전수준에서도 계속 국가개입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관치금융의 폐단에서 보듯 오히려 지나친 국가개입이 경제의 더 이상의 발전에 족쇄가 되고 있는 면이 적지 않다.
빈부격차문제도 통계에 나타나는 상대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있는 자산불평등, 특히 토지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 인권과 자유 억압되면 발전이 아닌 후퇴
3선 개헌 이후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서는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가 억압되었으므로 그것은 발전이 아니고 후퇴의 역사로 기록돼야한다.
당연히 이 시기 동안의 소득증가는 발전이 아니고 양적 성장이라고 평가절하된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아킬레스 건이다.
많은 조직이 아직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고, 권위주의적 인간관계로 인해 대량의 스트레스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은 노사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하여 정보기관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노동을 탄압하였고, 노동운동 자체가 목숨을 거는 활동이었다.
지금 한국의 노사관계가 외국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투적, 대립적인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의 빚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독재시절 한국에서는 노동의 몫이 적게 돌아갔다.
다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추세는 역전되어 노동비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찌보면 예상됐던 결과이다.
◇ 전투적인 노동운동은 잘못된 관행의 빚
재계와 보수파에서는 한국의 노동운동의 과격성을 비난한다.
물론 지금과 같은 국제경쟁시대에 대립적 노사관계와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협력적 노사관계가 간절히 요구된다.
노동자 참가를 통한 임금인상 자제와 혁신만이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눈앞의 평면만으로는 부족하며 지난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시각이 요구된다.
그 위에서만 진정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확립될 때, 진정한 노사화합과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50년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이외에도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도처에 있다.
입시지옥, 주택난, 서울 집중, 장시간 노동, 부패, 불신 사회 등 문제는 산적해 있고, 우리는 스트레스 대량생산국에서 살고 있다.
◇ 인간다운 세상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해방후 50년간의 경제발전을 통해 더 잘 살고 편리해진 면도 많으나 전보다 악화된 문제도 많다.
그러므로 지난 50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세상에 도달하는 열쇠는 우리가 등한히 해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놓여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 50년간 한국경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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