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 1차 시민대회가 26일 오후 7시 중앙로 아카데미 시네마 앞에서 시작됐다.
중앙로의 4개 차로는 몰려든 3천여명의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손에는 하나같이 촛불이 들려 있었다.
인도조차 걸어 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길이 10여m의 연단은 중앙네거리 쪽에 만들어져 있었다.
연단 뒤의 너비 3m 길이 12m 짜리 대형 현수막이 '희생자의 명목을 빈다'고 대회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위에는 '조해녕 대구시장 즉각 사퇴' '지하철 운행중지 철저한 진상규명' 등의 현수막도 함께 해 요구를 전달했다.
딸·친구를 잃은 실종자 가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고 수습에 무능하다며 조 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참석 시민들이 박수로 지지했다.
가수 정태춘씨가 전날 만들었다는 추모 노래 '우리 가슴에 흰 꽃을 새긴다'를 부르자 분위기가 더 숙연해졌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허망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참석자들을 특히 흥분케 한 것은 사고 현장에 남았던 유해·유물의 훼손이었던 것 같았다.
최귀예(50·여·대구 검단동)씨는 "TV 화면을 통해 마대 자루에서 유류품이 나오는 걸 봤다"며 "높은 사람들이 시킨 것이 아니냐"고 흥분했다.
구미에서 왔다는 서승현(19·경북생활과학고2)양은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이 너무 슬프다", "TV 화면 속에서보다 현장이 더 참혹하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을 듣던 시민들의 눈가엔 어느듯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참가자들 중 많은 이는 중앙로역 지하로 내려가 애도 대열에 끼어들었다.
자원봉사자 오종태(32·대구 비산동)씨는 이날 주최측이 촛불 1만개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화재 위험이 있으니 종이컵은 빼고 촛불만 꽂아 달라"고 당부하고 다녔다.
9시쯤 이곳 행사를 끝낸 참가자들은 "대구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며 시민회관 분향소까지 침묵 시위를 벌였다.
전동차 위에 만들어진 모형 상여가 앞장섰다.
권영길 대표, 정태춘씨, 민주노총 정우달 대구본부장 등이 현수막을 들었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 2천여명이 긴 행렬을 이뤘다.
김중철 행사 집행위원장은 "이번 참사가 오늘 행사를 계기로 유족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문제로 변화됐다"고 했다.
황소윤(18·신명여고3)양은 "3월2일로 예정된 2차 추모대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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