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별지원단을 만들어 대구지하철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구에 상주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사고수습에 전면적으로 나섬에 따라 대구시의 체면은 다시 한 번 구겨지게 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행정구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지 못해 중앙정부에 기대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
27일 대구지하철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고건 총리는 "유족들이 대구시와는 별도로 사고대책본부를 원하고 있지만 관련법상 곤란해 동등한 위상을 가진 지원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단장에는 차관급 또는 1급직을 기용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별도의 사고대책본부가 아닌 특별지원단을 내려보내기로 했기에 표면상으로는 대구시가 여전히 사고수습을 주관하는 대책본부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특별지원단이 대구에 내려오는 순간 지하철 사고 수습의 '무게 중심'은 특별지원단으로 쏠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참사 사고수습 과정에서의 핵심 이슈는 단연 실종자 신원 확인 문제인데, 정부가 인정사망심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구시가 할 일은 정부의 지시사항을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더구나 정부가 보상자 선정과 보상금액 결정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특별지원단이 사고 수습의 주체가 되는 반면, 시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름과 달리 '후선 지원반'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로서는 내키지 않겠지만 현재로서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는 처지. 실종자 가족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협상파트너로서 아예 상대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다 여론마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참사 사고가 수습되지 않고서는 시정을 정상화시킬 수도 없고, 6개월도 채 안남은 U대회 준비에도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해결이 먼저이고 사고수습 주체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은 나중 일이 된 것이다.
지금은 지방분권이자 지방경쟁의 시대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대구시는 총체적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는 '밑천'을 다 드러냈다.
앞으로 지자체간 무한경쟁에서 대구시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절로 드는 요즘이다.
김해용 기자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