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라크에 대해 17일까지 무장해제의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담은 새 이라크 결의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7일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사찰경과 보고 청취를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 영국, 스페인이 제출한 새 이라크 결의안을 이런 내용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히고 수정안을 이사국들에 회람시켰다.
미국과 영국은 다음주 초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벌인 뒤 결과에 관계없이 전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개전 시기는 최후통첩 시한인 17일 직후가 거의 확실시된다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는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사간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 중국 등 전쟁 대신 사찰연장을 주장해온 안보리 이사국들이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중립적인 입장의 다른 이사국들도 미국과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 등이 지지하고 있는 새 결의안을 선뜻 찬동하지 않고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표결을 통한 결의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편, 이날 안보리 보고에서 사찰단 책임자들은 이라크가 그 동안 견지한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찰에 협력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밝혀 미국과 영국 등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영국이 내놓은 결의안 수정안은 이라크가 17일까지 무장해제 의무에 관해 "전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보일 것과 유엔 결의에 의해 금지된 모든 무기와 관련 장비, 구조물이나 이들을 폐기했다는 정보를 사찰단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정안은 이라크가 이런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가 유엔 결의 1441호에 규정된 마지막 무장해제의 기회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결정한다"고 밝혀 오는 17일이 최후의 시한임을 분명히 했다. 스트로 장관은 "12년간 안보리에 대항해온 불량국가의 무장해제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유일한 길은 무력의 위협으로 외교를 뒷받침하는 것 뿐"이라고 수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이라크의 무장해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달성된 제한된 진전은 무력사용의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파월 장관은 아직도 이라크의 "불이행 목록"을 보고 있다며 이라크에 대한 사찰단 책임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이라크 결의안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해 필요한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으며 러시아, 중국, 독일, 시리아 등도 전쟁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사찰단이 이라크의 협조에 대해 보고를 해오고 있는 한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드빌팽 장관은 영국이 제출한 수정안을 "전쟁의 논리"라고 규정하고 "프랑스는 자동적인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의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드빌팽 장관은 이라크 문제의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안보리 이사국 정상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으나 파월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미 솔직한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거부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단기간의 최후통첩은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행사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급속히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결의안이나 최후통첩에 대해서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쟁 지지와 반대 가운데 어느쪽도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멕시코, 칠레, 파키스탄, 앙골라, 기니, 카메룬 등 나머지 이사국들은 영국의 수정안에 대해 반대 또는 유보입장을 나타냈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당사국의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라크의 모하메드 알 두리 유엔주재 대사는 영국의 수정안을 "어리석은 제안"이라고 비난하고 "그들은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지금 전쟁을 원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안보리 보고에서 이라크의 불법 미사일 파기는 "실질적인 무장해제"이며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에 적극적인 협조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남아있는 무장해제 관련 의무를 이행하기에는 "몇년이나 몇주가 아니라 몇달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과학자들의 해외 인터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사찰이 계속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대량파괴무기 생산을 위한 이동식 시설이나 지하 시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이런 시설이 존재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라크가 금지된 핵활동을 재개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히고 몇가지 의문점에 대해 이라크에 쏠린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문제가 된 이라크의 알루미늄 튜브가 핵무기 생산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근거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지난 3주간 이라크는 사찰에 적극 협조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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