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전의 용사들 다시 돌아왔다

핵폐기물 문제를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며 전 지역민을 하나로 묶는 조직적인 반대 운동으로 정부의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를 이끌어 냈던 '89영근회핵폐기장반대투쟁위원회'가 다시 뭉쳤다.

89영근회는 지난 1989년 정부가 영덕 남정면 우곡리를 핵폐기물처리장 후보지로 지정하자 반대운동 차원에서 모였던 영덕지역의 첫 자생단체.

이들이 이번에 다시 모이게 된 것은 정부가 영덕.울진 중 한 곳에 대해 핵폐기장처리장을 건설키로 한 계획을 발표했는데도 현재의 범영덕군반대대책위의 활동이 다소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지역내 각 단체를 망라한 범영덕군반대대책위가 많은 노력은 하고 있으나 경험 부족 등으로 군민 홍보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 후방에서 측면 지원키로 한 것이다.

정부의 후보지 최종 선정이 1년후쯤 나올 것임을 감안, 하루이틀 활동에 그칠 일이 아니라고 보고 사무실까지 낸 89영근회 회원은 당시 활동한 멤버 40명 중 현재 영덕에 있는 25명.

당시 대책위원장이었던 김병강(54)씨가 다시 위원장을 맡았으며 지난 4일 치른 영덕군민궐기대회의 성공을 위해 성명서 발표와 차량스피커를 통한 가두홍보.현수막 게첨.행사시 군민 동원 방법 등 과거 경험을 살려 아낌없이 지원했다.

물론 경비도 자부담이다.

김병강 89영근회대책위원장은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영덕이 살 길이라고는 관광자원 하나뿐인데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어느 누가 영덕을 찾을 것이며 이곳에서 생산된 해산물과 농산물을 먹으려 하겠느냐"며 "생존의 문제가 걸린 절박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89년 회원들은 특히 정부가 당시 백지화한 사안을 15년만에 다시 뒤집은 것에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그때 회원들이 이렇게 다시 똘똘 뭉친 배경에는 '정부가 영덕사람들을 만만하게 본다'는 지역정서도 깔려 있다는 여론이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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