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장 개업한 대구 태평로 라이프상가 '태평파크랜드' 목욕탕. 이른 아침부터 500여명의 손님들로 북적댔다.
이들 모두는 앞을 못보거나 팔다리가 성찮은 장애인들. 접수대를 그냥 통과한 뒤 1천200평이나 돼 온갖 시설이 갖춰진 목욕탕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찜질방도 그 중 하나. 그리고는 점심 식사까지 안에서 대접 받은 뒤 종일을 따뜻한 물속에 푹 담그고 지냈다.
이 색다른 개업 행사를 마련한 사람은 목욕탕 대표 김수상(45)씨. 그러나 김씨가 이 구상을 내놨을 때 반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첫 손님이 중요한데 장애인이라니요? 그것도 공짜로?" 30여명의 종업원까지 손사레를 치고 나섰다.
더 가혹한 얘기도 있었다.
"재수 없다고 손님들이 안오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김씨는 기어코 이들 장애인들을 초청했다.
첫날 종일 목욕을 즐긴 지체장애인 송휘윤(66)씨는 "편견이 여전한 우리 현실에 개의찮고 개업 첫 손님으로 장애인들을 초청하는데는 힘든 결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10세 때 사고로 왼쪽 다리가 잃은 뒤 목욕탕에서 문전 박대받은 경험은 헤아릴 수 없지만, 목욕탕으로 초대받아 보기는 난생 처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김씨의 눈은 이번 한회로 끝날 조짐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매달 이틀 목욕탕이 쉬는 날마다 장애인을 초청키로 했다.
물론 무료.
"여든을 바라보시는 어머니가 사고로 3년 전 시력을 잃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제 눈은 더 밝아졌습니다.
전혀 모르던 장애인의 세계를 알게 됐던 것이지요".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 눈이 부담스러워 대중목욕탕에 쉽게 갈 수가 없다.
꼭 가고 싶을 때는 24시간 영업하는 목욕탕을 밤 12시가 다 돼서야 도둑 처럼 찾는다.
"장애인들에겐 계단도 큰 부담입니다.
대다수 목욕탕이 2·3층에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목욕탕은 지하에 있고 주차장에서 곧바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하게 했지요".
김씨는 소외된 이웃을 위하다 보면 영업도 절로 잘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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