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비해 옛 여고 교복은 참 단정했다.
눈부시게 하얀 블라우스, 무릎 아래에서 찰랑거리는 치마, 하얀 운동화…. 거기에 정갈하게 땋은 머리와 뽀얀 귀밑 솜털. 등굣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흡사 깨끗한 표지의 예쁜 시집을 보는 것 같았다.
거기에 시집이라도 끼고 있으면 남학생의 가슴은 두근반서근반 쿵쾅거렸다.
소나기 쏟아지던 여름날. 비에 젖은 여고생의 어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림을 그리는 여고생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예쁘다.
허리를 잘록하게 묶은 허리끈을 보니 신명여고생이다.
신명여고는 SM이란 이니셜로 더 익숙했다.
경북여고는 흰선(화이트라인), 신명여고는 허리띠가 특징이었다.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정갈한 모습이다.
두 가닥으로 묶은 머리, 팔레트를 든 손, 하얀 하복. 이젤을 앞에 둔 여고생의 마음도 이렇게 예쁘고 깨끗할까.
1960년대 초.
도심의 건물이라곤 우뚝 선 계산성당과 제일교회뿐이다.
요즘 같으면 고층건물로 가려질 스카이라인이 팔공산이 보일 정도로 시원하다.
위치는 새로 지어진 제일교회자리. 여고생의 재잘거림이 골목을 가득 메우던 언덕길이다.
40년 전이라면 퇴색되고, 궁색한 사진들이 대부분. 그러나 이 사진은 짝사랑에 가슴앓이하던 남학생을 울리는 예쁜 모습이다.
그래서 가만히 보고 있으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오버랩된다.
글: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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