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 따뜻한 도움 잊을 수 없어

"스빠시바(고맙습니다), 스빠시바". 지난 21일 손가락 인대 이식 수술을 받고 대구 현대병원(원장 김주성)을 나서던 우크라이나인 루스라나(24.여)씨가 주변에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루스라나씨는 작년 5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겠다며 우리나라에 왔다고 합니다.

대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무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넉달 전 날카로운 유리에 베어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안돼 이상하게 생각하다 최근에야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안되니 수술비가 수백만원이나 될 것이라는 얘기에 전전긍긍해야 했습니다.

그런 루스라나씨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모(42.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씨였습니다.

이씨는 루스라나씨를 비롯한 외국인 무희들의 순진하고 소박한 이야기에 적잖이 감동받았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겨우 한 두벌 옷만 사 입을 뿐 식비까지 아끼려고 애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집안의 장녀인 루스라나씨는 400달러 가량 되는 월급 중에서 200~300달러나 고향으로 송금하고 나머지조차 외화 예금으로 따로 모으고 있음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루스라나씨는 그 동안 모은 수천 달러를 들고 오는 5월 고향으로 돌아갈 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도울 방법을 찾아 다니다 현대병원을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은 3시간 가량 걸리는 힘든 일이었지만 경과가 좋았답니다.

병원측도 소식을 듣고는 280만원 정도 되는 입원비를 110만원으로 줄여 줬습니다.

이 돈은 이씨가 부담했습니다.

이씨는 말했습니다.

"저 하나라도 그녀와 그 동료들에게 한국인의 정을 깊히 간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치료해 주신 한국인 의사도 따뜻한 동양인으로 그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지난 주 아름다운 함께 살기 지면에 소개됐던 재원이(13.혈구 탐식증)의 상태는 많이 좋아져 항암치료도 중단했다고 합니다.

대구 남부교육청 김희주 교육장이 지난 24일 재원이네를 찾아 위로했고, 한 독지가는 학산복지관에 상황버섯 제공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재원이가 입학한 학산중학교에서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답니다.

어머니 배화자씨는 얼굴 모르는 이웃들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재원이를 밝고 건강한 청년으로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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