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언제까지 미술관 하나 없는 오명의 도시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교육도시 대구는 지난 40여년간 3·4·5 공화국의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있던 도시였다.
그러나 우리 고장출신 정치 권력자 어느 누구도 미술관 건립에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았으며, 대구시민 또한 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에 대한 시민의 공론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
반면 광주는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 공립미술관으로 개관했고, '광주비엔날레'를 4회째 치르면서 일약 '세계속의 문화도시'로 도약했다.
비엔날레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또다시 2006년 준공을 목표로 '광주현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현상설계에 들어갔다.
우리는 광주가 명실 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대구시의 정책담당자나 여론 주도층은 문화의 비전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미술관 같은 문화인프라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너무나도 소중한 재산이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인생의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몹시 방황한 적이 있었다.
20세기 초반 서구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운동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칸 봐일러'나 '레오 카스텔리'처럼 자기 직업에 투철한 화상이 되고 싶었지만 현대미술의 난해성과 앞서가는 당대미술의 현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안목결여와 지식의 빈곤'은 줄곧 필자를 괴롭혔다.
마침 그때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만사를 제쳐두고 현대미술의 보고인 뉴욕의 미술관을 헤집기로 작정하였다.
나는 그곳에서 내 삶의 새로운 좌표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나 스스로 그 해답을 찾게 됐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교훈은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시민 문화의식의 결집체라는 사실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현대미술관인 LA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입구에는 큰 조형물이 버티고 있는데, 그곳에는 미술관 건립당시 기부금을 낸 기증자의 이름들이 빽빽이 적혀 있고, 불과 10달러에서부터 수십만 달러를 낸 명사들의 이름들이 똑같은 크기의 명패에 새겨져 있었다.
미국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액수의 다과가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정성은 모두가 같다는 갸륵한 뜻인 것이다.
그리고 다른 미술관에 비해 LA 미술관에는 유난히도 기증자의 뜻에 따라 걸려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처럼 우리 대구의 시립미술관 건립도 시민모두의 정성이 모아져 건립되고, 미술명품들이 시민들의 이름으로 기증되어 빛을 발하게 된다면 그 미술관은 태어날 때부터 시민 모두의 관심과 사랑받는 미술관이 될 수밖에 없다.
때마침 다음달 중순부터 대구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대구아트엑스포 2003'행사가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전국의 60여개 대표적 화랑과 중국, 일본의 대표적 화랑 2곳이 참가하는 큰 행사다.
더욱이 대구시가 대구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중인 시점에 열리는 이 미술축제는 미술명품들을 감상하고 소유하는, 대구 미술계의 활성화와 그 위상을 전국에 제고할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기회이다.
대구시민 모두와 기업인들은 한마음으로 작품 한점씩 구입해 대구시에 기증하면서 '문화도시-대구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시민의 '정신문화고양'을 위해 21세기의 대구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는 것이다.
근년의 정치권력의 상실감이나 경제적 불황과 지하철 참사로 인한 시민 모두의 황폐한 정서를 치유하고 허탈감을 극복하는 대구인의 뚝심과 저력을 이번 축제행사를 통해 내외에 과시했으면 한다.
이러한 문화적인 시민의식이야말로 진정한 대구사랑이고 자기인생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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