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18세 소년가장' 대구시 청소년 대상 권오성군

"자원봉사를 통해 모르고 지냈던 가정의 따뜻함을 알았습니다".

올해의 대구시 모범청소년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권오성(18)군은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성심복지의원(남산동)에서 5년7개월간 1천85시간을 봉사한 '아름다운 청소년'이다.

권군은 중1 때이던 1997년 8월 처음 이 병원을 찾았다.

그 후에는 매주 일요일 아침 노인들이 찾아드는 한방진료 시간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진료 안내를 도맡았다.

성심복지의원은 홀몸노인이나 형편 어려운 이들을 무료진료하고 돌보는 곳. 권군은 이 병원이 주도하는 각종 어르신 복지 행사 때는 음식 배달, 청소, 설거지를 했다.

청소년 봉사팀장을 맡아 후배를 이끌기도 했다.

또래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가 떠나기를 반복해도 권군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처럼 남 돕는 일에 정성을 들이지만 사실은 그 자신이 오히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딱한 처지였다.

6세 무렵 부모의 이혼, 그걸 뒤따른 건설 일용직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홀로 남겨진 것이었다.

그의 성실한 봉사를 눈여겨 본 병원 측은 두달 전 권군에게 S.O.S 자립관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다.

권군은 병원에서 봉사하면 '가족'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곳이 더 편했어요.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 기뻐하시는 할머니들이 계시고, 제 공부를 돌봐 주고 말동무가 돼 주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형이 있으니까요. 또 병원 사무장님은 엄하면서도 자상한 어머니였습니다.

제게도 가정이 생겼던 것이지요".

경북기계공고를 다닌 권군은 컴퓨터 자격증, 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등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올해 초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 속으로 뛰어든 지 석달. 지금은 이현공단의 한 금속 가공공장에서 일한다.

근무시간은 오전9시에서 밤9시까지 하루 12시간.

몸이 늘 녹초가 되지만 권군은 지금 또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 공부해 시나리오 작가나 언어 통역사 혹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 운전면허증도 따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등록금과 학원비로 쓰기 위해 월 70만원의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중이다.

"저처럼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혼자라는 생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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