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 딛고 떳떳하게 사회로 간다

남양학교는 지난 68년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공립 정신지체 특수학교. 지금까지 유치부와 초.중.고 과정을 운영해 왔으나 올해 일종의 전문대 과정인 2년제 '전공과'를 신설했다.

1학급 12명의 학생이 고작이지만 전공과정은 장갑직조, 부품조립, 이.미용, 청소용역, 세차, 농업 등 6개나 된다.

과정당 2명씩인 셈. 이게 무슨 전문대냐고 하겠지만 정신지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과정임을 감안하면 결코 쉽게 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기계를 다뤄야 하고, 보통 사람들은 지겨워 몇번을 내던질 일도 거뜬히 참아내야 하는 직종들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없다.

쉽잖은 만큼 사회적응 가능성도 크다.

모든 분야에 산학 협동을 구현한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모든 과정이 이미 업체들과 약정을 맺거나 납품, 현장 교육 등으로 연결됐다.

사출기를 조작해 오일여과기를 만들고 있는 부품조립 과정의 경우 경산 진량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주)명신과 산학협동 약정을 체결했다.

납품 물건을 전량 받아주되 제품 질은 학교에서 관리하고 기계조작 교육이나 고장 수리 등은 업체에서 맡기로 한 것. 방학 때는 공장에서 직접 실습도 하기로 했다.

환경미화 분야인 청소용역 과정은 전문 용역회사인 동우CM과 협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숙소에 가서 비닐 제거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세차 과정은 자체 실습실이 있을 뿐 아니라 영대네거리 인근의 한 세차장이 기술 습득을 도와주기로 했고, 이.미용 과정에는 지산동의 한 미용실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나오고 있다.

장갑은 이미 납품을 하고 있으며 농업과 역시 수경재배한 상추, 사육한 식용달팽이 등을 소매점에 제공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 이들이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은 아직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그러나 학교측은 전공과를 학교가 아니라 공장 개념으로 보고 있다.

쉬는 날이나 휴식시간도 학교가 아니라 공장 방식에 맞추고 있으며 작업환경이나 수업내용 등도 철저하게 현장과 똑같이 운영한다.

조금 더 지나면 자체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수익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전공과 학생들은 정신지체라고 해도 거의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입학의 전제조건이 기본적인 기능 외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스스로 통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전공과가 개설된다고 하자 이 학교 고교 과정 졸업생은 물론 일반계와 실업계 고교 특수학급 졸업생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 선발시험까지 치렀으니 입학생들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학교측과 대구시 교육청의 투자도 적잖았다.

교실을 새로 짓고 수천만원짜리 기계도 들였다.

정신지체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분야를 찾고, 교육 모델을 만들고, 산학협동을 이루기 위해 교직원들은 전국 곳곳을 누볐다고 했다.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일만 보태지면 어려울 게 없다고들 했다.

지난 2일 오후. 남양학교 학생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온 뒤였지만 전공과 학생들은 대부분 실습장에 모여 들었다.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계에 매달린 학생들. 벌써 찜통이 돼버린 비닐하우스에서도 상추와 식용달팽이를 들여다보며 진지함을 놓치지 않는 모습들은 일반인들의 직업에 대한 열정 못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신기한 듯 앞뒤로 오가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내 자신의 기계와 제품으로 돌아가 금세 몰입하는 태도는 오히려 일반인들을 넘어서고 있었다.

학교측은 전공과 학생들이 2년 과정을 마치면 100% 취업하는 것을 목표를 잡고 있다.

지금까지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취업한다고 해도 일반인들의 절반도 못 되는, 어떤 곳에서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취업 자체를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들만은 기술 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고 담당 교사들은 강조했다.

오정한 교장은 "최대한 현장에 자주 나가 낯선 분위기와 실제 작업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다"면서 "교사들과 직원들이 모두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확신한다"고 했다.

특수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만인의 복지는 한 사람의 행복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명제 아래 마지막 한 사람의 장애아마저 행복해질 수 있을 때까지 특수교육을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특수학교는 그들의 노력이 장애아들의 행복, 장애아를 둔 가정의 평온, 나아가 온갖 종류의 장애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싹을 틔우는 공간인 셈. 남양학교 전공과는 그 싹을 열매로 맺을 기름진 텃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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