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꼭꼭 씹어드세요" "할아버지, 많이 차려져 있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체하시면 안됩니다".
9일 낮 12시쯤 대구 달서구 월성사회복지관. 화원동산에서 청소일을 한다는 성옥늠(55.여)씨는 이날 하루 근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복지관으로 달려왔다며 주방에서 그릇을 씻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들은 더 많이 봉사하지만 저는 짬이 없어 시간을 못내다 오늘 나왔어요. 오늘 하루 거른 근무는 일요일날 대신 하면 됩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성씨가 주방에서 그릇을 씻는 동안 주황색.청색 조끼를 받쳐 입은 수십명은 방안으로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7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들이 날라다 드리는 돼지고기, 송편, 소고기 국밥을 받아 들며 싱글벙글했다.
한 할아버지가 국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 뒤 더 달라고 하자 한 자원봉사 아주머니는 "체하지 않게 천천히 드시면 더 드리겠다"고 조건을 걸기도 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월성사랑회' 대표 민금순(66.여)씨는 "영구임대 아파트라 회원들이 거의 벌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떤 회원은 밤새 포장마차 장사를 하고도 안쉬고 나왔고, 공공근로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한 회원은 6만원의 일당도 포기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민 대표 역시 10여년 전 남편을 여읜 후 식당 주방일, 공사장 인부 일 등을 해오고 있으며 이날 행사를 위해 10㎏짜리 쌀 1포대를 냈다고 했다.
'월성사랑회'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지만 그럴수록 서로 돕고 살자며 어려운 이웃들이 힘을 합친 단체. 지난 3월 '월성주공 3단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가칭으로 조직돼 최근 정식 출범하면서 이 행사를 기획했다.
이날 '월성사랑회' 회원들은 거동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70여개를 집으로 배달했고 더 힘든 홀몸노인 및 장애인 10여명과 가족 인연도 맺었다.
식사를 마친 윤원태(80) 할아버지는 "다들 살기 어려운데 이렇게 좋은 자리 만드느라 고생했겠다"고 치하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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