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5일시대 이렇게 변한다-(3)여가 디자인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감정원 대구지점 80여 직원은 지난해부터 도입된 주5일제 근무를 맞아 저마다 주말 3일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하다.

손철호 한국감정원 대구지점장은 '비사모'(비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산을 타고, 김성찬 홍보팀장은 언론사 문화센터를 찾아 살사댄스를 춘다.

"재미있어서 살사댄스를 택했다"고 터놓는 김 팀장은 40, 50대 이상 '점잖은' 연령층에서 막상 하고 싶어도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주저주저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당당하게 자기만의 여가를 공개한다.

"주5일제 도입 초기에만 해도 토요일에 0.5일 더 쉬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틀 푹 쉬고, 하고 싶은 여가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나오니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김 팀장은 직원들이 주5일제를 실시하면서부터 영업력이 더 좋아지고, 좋은 일터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 같다며 "일할 때 확실하게 일하고, 쉴 때 쉬는 합리적인 직장 풍토가 정착돼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은행권, 예금보험공사. 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한 제1, 2금융권, 삼성그룹, 관공서, 관세청, 무역협회, 경일대가 이미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고, 포스코가 6월 16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된다.

포스코 홍보팀 배창동 과장은 현행 연차휴가 8일과 월차 휴가 4일 등을 대체, 토요일 기준으로 26일을 확보하는 '프레쉬 휴가' 방식으로 주5일제를 도입, 급여하락은 없으며 직원 조직 활성화를 위해서 6개의 사내벤처가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5일제로 늘어난 여가를 개성에 맞춰 디자인하려는 욕구가 늘어나면서 직장별 복리후생도 천편일률적인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CJ그룹의 경우, 전 직원에게 사내 홈페이지 까페테리아에서 연간 555포인트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복리후생제도의 현실성과 합리성을 높였다.

이 포인트는 직원들이 처해있는 형편에 따라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어떤 직원은 555포인트를 자녀 학비(1포인트당 1만원)로 지원받을 수 있고, 자녀가 여러명인 경우 기존 555포인트에 더해서 200포인트까지 추가로 받아 무료 대출로 쓸 수 있다.

포인트는 2년 모아서 써도 되며,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 직원의 경우 쇼핑이나 자기계발에 이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CJ홈쇼핑을 이용할 경우, 특별세일가로 물품을 공급하여 직장에 대한 충성도와 근무의욕을 살려준다.

전직원은 CJ그룹 소유 휴양지 콘도미니엄을 사용하는데 포인트를 쓰면서 애사심을 쑥쑥 키우기도 한다.

CJ그룹 홍보팀 박진위씨는 "주5일제를 그냥 도입해서 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변하는 라이프사이클과 여가욕구에 맞춰서 사내 복지제도도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며 2천명의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욕구가 다 다른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포인트 점수를 활용해서 주말을 즐기거나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고 밝힌다.

기업들이 더이상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경영을 고집하거나,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맞추지 못할 경우 더이상 유능한 직원들을 붙들어둘 수 없음을 말해준다.

6월16일부터 주5일제가 시행되는 포스코의 경우 주말 3일을 더 실속있게 보내도록 사내 인터넷 '포스피아'에 러닝 플레이스(learning place, 학습 공간) 지식경영 콘텐츠 등을 개설해두었고, 사내 벤처클럽 6개 가운데 직원들의 여가생활만 연구하는 팀이 가동되고 있기도 한다.

또 여가비 50만원(연간)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늘어난 여가와 함께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30, 40대 남성층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원은 기존에 20대를 중심으로 행해졌던 각종 이벤트, 행사, 할인서비스 등을 30, 40대 연령층에게까지 확대하는 타깃마케팅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직장인의 경우 주5일 근무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과의 유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주5일제 시행에 따른 휴일여가활동을 조사한 설문결과 가족과 함께보내겠다는 응답이 43%나 됐고, 드라이브나 여행 22%, 자기계발 17%, 휴식 7%, 스포츠 5%, 문화관람 2%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백화점 박병준 본점장은 이제는 연극, 뮤지컬, 발레, 오페라, 콘서트 등 30, 40대가 즐겨찾는 공연·이벤트를 기획하여 넥타이부대를 중심으로 고급 부부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구지역 각 백화점이나 언론사 문화센터에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퇴근 후부터 교양강좌에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있어 전반적인 여가산업의 증대가 예견되고 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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