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갈등과 대립의 오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인류의 역사는 지금까지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었으며, 지금도 그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런 측면을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서 교장 자살 사건으로 빚어진 전교조와 교장단 사이의 갈등, 화물노조의 처우개선과 관련하여 초래된 화물연대와 정부 사이의 갈등,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하여 야기된 전교조와 한국교총 사이의 갈등, 대통령의 방미외교와 관련하여 제기된 반미주의자와 실용주의자 사이의 갈등, 호주제 폐지와 관련하여 표출된 여성부 및 여성단체와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정가련) 사이의 갈등, 언론의 민주화와 관련하여 전개된 문화관광부와 중앙일간지 사이의 갈등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들이 사회 곳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는가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면서 삭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갈등과 대립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것을 우리는 더 큰 조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사화당쟁처럼 서로를 파멸시키는 소모적인 싸움의 과정으로 보아야 하는가?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하게 된 현 참여정부의 수장인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의 이 사태와 관련하여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위험한 진보주의자로 나무라는가 하면, 진보주의자들은 그를 변절자라고 나무란다.

급기야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키고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건 참여정부의 대통령조차도 대화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한계를 느꼈는지, 스스로 배반을 당하였다고 괴로워하며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보수언론들은 기회라도 엿본 듯이 이 말을 톱기사로 뽑아 재빨리 대통령의 가벼움과 무책임함을 나무란다.

그러자 이내 문화관광부 장관은 보수언론의 불순함을 나무란다.

지금 국민들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모든 갈등과 대립의 주체들은 진정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한번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소모적인 투쟁보다는 생산적인 공론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록 갈등과 대립이 우리의 삶에 불가피한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갈등을 위한 갈등, 대립을 위한 대립이 아니라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집단들은 자신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너무 서둘러 차별로 전환시켜 일방적인 공격적 형태로 나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차이의 근본적 원인을 우리의 역사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에 대해 절차적으로 대처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각자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동선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생산적인 공론장은 타자를 비난하고 나무라는 데서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잘못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를 인내하는 열린 마음으로 마련하려는 관용의 원칙을 확립할 때 가능할 것이다.그러므로 이제 한 나라의 막중대사를 떠맡고 있는 대통령도 우리 사회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참여의 외침을 서둘러 위기로 단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이해관계로 대치해있는 집단들도 대안 없는 갈등과 대립을 양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삼보일배하며 쓰러진 몸을 일으켜 60일을 달려와 삭발과 눈물로 국회 앞에서 새만금 갯벌의 소중함을 의연하게 주장한 수경 스님을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의 태도를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이야말로 우리 역사의 빈곤과 사회의 불안을 메워줄 것이며, 생산적인 공론장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김석수(경북대교수.철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