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무현 정부 100일-(4)지방경제 활성화 문제-경제는 아직 '서울 공화국'

지난 2월 출범한 참여정부는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해 수도권 집중요인을 최대한 줄인다는 정책기조를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도 완화,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 '6T'산업은 공장총량제에서 제외키로 해 수도권개발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소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수도권 개발과 지방 균형발전을 정책의 기본틀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은 여전히 들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자율적인 구상에 의한 '지역특성화 발전'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빈약한 지방 재정으로는 자체적인 사업추진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역시 이전 정부와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경제의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지자체, 상공인, 업계의 반응을 중심으로 점검해 본다.

▨여전히 어려운 지역경제=대구는 물류에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변변한 대기업조차 하나도 없어 경기침체로 인한 고통지수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전통산업인 섬유업종마저 경쟁력 저하로 직물 등의 수출이 갈수록 감소,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그나마 자동차부품업 등 일부 업종으로 버티고 있지만 완성차업체의 내수 침체땐 지역의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소외되는 대구=대구는 수도권이나 부산지역과는 달리 대규모 공항이나 항만을 끼고 있지도 않다.

그만큼 입지 여건이 불리하다는 말이다.

지역 균형 개발을 꾀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입지여건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각종 투자대상에서 대구를 제외하고 있다.

경제특구지정에서 제외됐고 국민의 정부 말기에 지역진흥사업계획 4개도시가 포함됐으나 새 정부 들어 이 지역이 13개 도시로 확대되면서 투자의 효율성을 얻기도 어렵게 됐다.

국제공항 사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입지여건상 불리한 만큼 오히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특성화 전략을 세우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불리한 입지여건을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표류하는 정책=영세한 산업기반을 탈피하기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지역현안에 대한 중앙정부의 원칙없는 정책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양성자가속기사업의 경우 객관적인 입지조건상 대구가 가장 유력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정치적인 입장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전략사업이 원칙없이 흔들려 인위적으로 결정된다면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윤 동구청장은 "최근 대통령보다 참모진들의 보좌 부실로 민원에 휘둘려 정책의 방향성을 잃게 됐다"며 "양성자가속기사업의 경우 당초의 평기기준을 지켜나가야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구출신의 장관이나 참모진이 참여정부에 포진해 있지만 양성자가속기사업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거론조차 않아 섭섭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어야 할 밀라노 프로젝트=지난 90년대부터 지속돼온 섬유산업구조조정과 98년부터 올해까지 계속될 밀라노 프로젝트의 경우 하드웨어 구축과 인프라 확보에 치중,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 구축이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혹은 첨단섬유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포스트 밀라노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대폭 축소 움직임으로 대구 섬유산업의 첨단화 등 시너지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게 됐다.

현재 대구의 섬유업계는 경쟁력 없는 품목은 과잉생산하고 경쟁력 있는 품목은 기술부족으로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만큼 신기술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홍종윤 (주)범삼공 대표는 "대구 제조업의 40%를 차지하는 섬유업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인데 포스트 밀라노사업을 거쳐 구조조정까지 거쳐야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등의 불, 산업용지난=각종 공단 조성 늑장 및 관리 부실로 인한 산업용지 부족 또한 대구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제일모직, 코오롱 등 그나마 있던 기업들도 대구를 떠났다.

땅값이 상승할수록 그나마 남아있는 기업마저 타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대구의 한 업체는 최근 와이퍼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평당 150만원에 3천800평을 매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적정가격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지만 다른 곳은 더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업계선 평당 60만원선으로 매각이 진행중인 '활주로'부지에 대해서도 정말 부지가 필요한 업체들이 신청하는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다.

생산보다는 투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손 놓은 지자체=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당연히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보자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현실성 없는 정책들은 결국 지자체의 요구만 있을뿐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대구를 생산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엄밀히 검토하고 이를 예산확보로 연결짓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이희태 대구상공회의소부회장은 "참여정부가 지역분권을 강조하고 있으나 지자체 스스로의 정책 입안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대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구상하고 지역 각계 각층의 노력이 선행돼야 참여정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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