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지하철 참사 벌써 잊었나

참사의 고통과 슬픔이 아물기도 전에 대구지하철 노조가 24일 인천.부산 지하철 노조와 함께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들은 △처우 개선 △정원부족 인력 충원 △2인 승무제 도입 △안전인력 확보 △안전위원회 구성 및 방재시설 확충 △중앙정부와의 교섭 등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지하철 노조원들이 열악한 여건 아래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과, 지하철 파업의 목적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요구들은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도 실현돼야 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그 모두가 결국엔 재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참사 후 1호선 운행적자만 매일 1억5천만원, 지하철 총 부채는 2조원에 육박한다.

대구시가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지원 없이 노조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욱이 대구지하철은 학생.노인.근로자 등 5만여명의 사회적 약자들이 타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지하철이 멈추면 제2의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것이다.

거기다 지난 2월 참사로 대구는 아직도 총체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탈해 있고 절망으로 가득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할 것인가?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파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 까딱하면 대구의 근간을 흔들 폭탄이 될 수도 있으리라 두렵다.

보다 큰 눈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 여건은 딴 부분들에서도 열악성과 불안전성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변혁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

경제여건, 국력, 문화수준 등의 점진적 개선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지하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중앙정부로 건설과 운영을 넘겨 '한국지하철공사'를 만드는 것뿐이다.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은 국가 균형발전, 지방 분권.혁신을 국정 중심과제로 하는 참여정부에선 어느 정부보다 희망적이다.

대구시.지하철공사.지하철노조가 상호간 신뢰를 시급히 구축하도록 노력하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앙금을 풀고 서로를 진정한 상생 파트너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시의원.국회의원.대학총장 등 사회지도층이 적극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도층엔 파업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책임과 의무가 주어져 있다.

상호 신뢰와 투명성을 전제로, 운행을 계속하면서 처우 개선과 안전성 높이기 등을 획기적으로 해 낼 타임 스케줄을 마련해야 한다.

어쨌든 지역민의 동의 없는 파업은 해서 안된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참사의 조속한 수습과 U대회 성공 개최에 매달려야 할 때가 아닌가? 다른 도시의 지하철이 멈추더라도 대구만은 그래선 안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운행을 계속하면서 개선 노력을 하자. 대구의 커다란 희망, 새로운 새벽을 준비하는데 지하철노조가 앞장 서 주기를 기대한다.

김재석(경일대 교수.도시정보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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