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지난 50~8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원로 문학인들이 전후 문학사에 대해 증언자로 나섰다.
최근 출간된'증언으로서의 문학사'(깊은샘 펴냄.501쪽.2만5천원) 는 남정현, 임헌영, 김병익, 백낙청 등 우리 문학계의 어른들이 전후 반공 이데올로기 상황 하에서의 문학계와 문학인들이 겪었던 고초 등을 대담형식을 빌려 풀어내고 있다.
특히 '분지'필화사건, 문인간첩단사건, '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의 태동 등 문단사의 중요 사건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강진호 성신여대 교수는 문학평론가 남정현씨와의 대담에서 지난 65년에 발표된 남정현씨의 '분지'가 북한 잡지에 전재되면서 빨갱이로 몰려 고초를 겪었던 '분지'필화 사건 얘기를 꺼낸다.
이에 대해 남정현씨는 "내가 조사 받을 때 가장 고통스럽던 것은 수사관들이 나보고 '분지'를 쓴 자를 대라고 호통칠 때였습니다.
너는 '분지'를 쓸 자격이 없는 자라 틀림없이 북에서 누가 써 가지고 너를 통해 발표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으니 공연히 고통 당하지 말고 그놈의 이름을 대라는 것이었지요"라고 회고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1970년대 '문학과 지성'의 태동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는 정치적으로 박정희가 3선개헌을 하고 장기 독재 권력을 장악할 토대를 만들어 놓았던 시기였지요. 그리고 문학 쪽에서는 김지하의 '오적'을 가지고 상당히 시끄러운 때였거든요. 1970년 7월인가 국제 펜대회가 열렸는데, 그 문제로 펜대회가 상당히 소란스러웠지요. 순수-참여 논쟁의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고 해서, 여러 가지로 상당히 어수선할 때였어요. 그해 아마 7월초로 기억을 하는데, 김현이가 어느날 찾아왔어요. 동아일보 뒤에 연 다방이라고 있었는데 거기서 계간지를 만들자, 김승옥씨가 사진 식자 기계를 사서 장사를 해볼까 하는데 돈이 남으면 계간지에투자하겠다는 말을 했다더군요".
'문인간첩단사건'으로 유명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책에서 "그 사건이 제 일생을 참 불행하게,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건데.... 참 어이없는 일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 당시 1970년대적 상황으로 보면 명료한데..."라며 문인간첩단사건의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 백낙청씨도 '창작과 비평'의 창간, 70-80년대 민족문학운동, 민족문학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말하는 등 이 책에는 11명의 원로 문학인의 전후문학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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