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든 인류는 아프리카인 후예?

어린 시절 '나일강은 왜 거꾸로 흐르는가'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도를 펴보면 물이 아래(아프리카 대륙)에서 위(지중해)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지도상의 표기방식일 뿐이라는걸 알게 되지만, 지리(Geography)를 둘러싼 재미있는 얘기는 너무나 많다.

미국의 미국의 칼럼리스트 케네스 데이비스가 쓴 '지오그래피(푸른숲 펴냄)'는 지리에 관한 백과사전 성격의 책이다.

그는 지리와 역사와의 관계, 지구와 우주의 모습, 다른 학문과의 연관관계 등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써놓아, 지루하게 느껴지던 '지리'를 흥미로운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 같다.

△아메리카는 누가 발견했나?=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이집트와 페니키아 뱃사람들이 남아메리카나 멕시코에 도착, 피라미드를 세웠다는 인류학자 헤이에르달의 학설이나 콜럼버스보다 500년이나 앞서 바이킹족이 현재의 캐나다 동부에 정착했다가 원주민의 냉대로 고향으로 돌아간 사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때 아메리카 대륙에는 수천만명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새 대륙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은 마치 '근사한 식당'을 새로 찾아냈다고 주위에 떠벌리는 수준과 다를 바 없다.

전적으로 서구인의 '사실 왜곡'일 뿐이다.

아메리카 토착민들은 1만5천년전에서 3만년전에 아메리카로 속속 들어와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구축하면서 살았다.

콜럼버스의 발견(?)이후에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식민화, 착취, 살상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 만은 분명하다.

또 콜럼버스가 지구가 둥글다는 신념을 입증했다는 것도 '역사 미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 당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그리스 시대 이후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참고로 최초로 대륙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맞는 곳은 '남극'뿐이다.

아무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견자는 1772년 제임스 쿡 선장.

△아프리카는 왜 '검은 대륙'으로 불릴까?=그곳 사람들의 피부가 까맣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 아니다.

유럽인들의 무식 탓이다.

중세만해도 사하라 이남 지역에 대한 그들의 지식이라고 해봤자, 요상한 짐승과 기이한 인간이 살고, 금이 무진장으로 널려있는 땅이라는 정도였다.

전설만 가득한 곳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고 어두운 '미지의 땅'으로 생각했다.

아프리카인들은 광대한 사하라 사막과 드넓은 바다의 보호를 받으며 평화롭게 살았지만, 1400년대 포르투갈인의 진출 이후 지금까지 기아와 분쟁, 가난에 찌들려 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인의 후예라는 점이다.

고고학계에서는 갖가지 논쟁이 벌어지지만,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얘기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인류의 전단계인 직립보행하는 영장목(靈長目)이 사는데 최적의 땅이었기 때문. 지구가 아주 차가웠던 시기에 사하라는 대형 동물들이 바글거리는 비옥한 땅이었고, 이곳을 누비려면 두 발로 서는 것이 가장 유리했다.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었나?=얼마전만 해도 상당수 서구학자들은 이집트 문명이 가장 일찍 성립된 흑인 고대문명이라고 낮춰(?)봤다.

당연히 클레오파트라도 '흑인 미녀'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집트 왕조에는 여러명의 클레오파트라가 있었다.

그중 캐사르와 안토니우스와 염문을 뿌린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30)여왕이 가장 유명하다.

프톨레마이오스 가문 출신인 그녀는 이집트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따라 이곳에 왔다가 정착한 그리스 왕족의 후예다.

그녀의 가계를 고려하면 흑인이었다는 주장은 좀 무리가 있다.

고대에는 흑인사회에서 출발했지만,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아시아 및 지중해 문화.혈통과 섞여 완전히 혼혈화된 역사를 볼 때 이집트문화는 다원적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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