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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숨은풍경-팍팍한 삶 보듬던 반월당 옆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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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남산골을 아십니까.

반월당 동아쇼핑 맞은편에 위치한 남산 2동. 이곳은 작년까지만 해도 초가집 10여채가 남아있던 대구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낡은 슬레이트나 기와 지붕을 인 벽돌 단층집들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해 보였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나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집값 싼 이곳에 터전을 잡고 있다.

이곳에도 작년 5월부터 재개발이 시작돼 이제 초가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2, 3채 가량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합판이나 슬레이트를 덧대어 놓아 얼핏 봐서는 초가집인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재개발로 초가집과 점집이 얼추 다 사라졌지. 그래도 거기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 동네에 머물러 있어. 집값이 싸거든. 여긴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동네야". 48년 동안 인근 염매시장에서 장사하느라 청춘을 다 보냈다는 최진철(78)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주민들은 재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용호(54)씨는 "73년부터 재개발 예정지로 묶이면서 동네가 황폐해졌다"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면 사람들 사는 모습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인정에서 만난 이말생(74)할머니도 "아파트가 들어서면 노인정을 새로 지어주기로 했다"며 기뻐했다.

현재 이 동네 노인정은 길가에 임시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놓고 사용하고 있다.

남산 2동은 '아미산'이라 불리고 '무당골'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아미산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산꼭대기에 위치한 보현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보현사 통허스님은 "중국에 보현보살이 발현한다는 아미산에서 따온 명칭일 것"이라며 "106년전 동화사 직할 본당인 보현사가 생기면서 아미산이라고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당골'이라는 명칭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통허스님은 "50여년 전 해방 직후부터 점집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해, 많을 때는 100곳 정도 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시대 처형장과 화장터가 있던 곳이라 원한 맺힌 영혼들이 많이 떠돌아 무녀들이 자연스레 모여 들었다는 것. 재개발로 많은 집들이 철거되면서 점집들도 대명동이나 봉덕동 쪽으로 많이 옮겨가고 이제는 20여집이 남아있을 뿐이다.

"서민들의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진 곳이야. 텍사스촌을 방불케 하는 술집들이 즐비하기도 했고, 한 동안은 돼지골목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었지". 대구 시내 중심이면서도 서민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던 남산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추억 속으로 아련히 사라질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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