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북부의 뉴욕과 디트로이트, 캐나다 남부의 토론토와
오타와 등지에서는 동시다발 정전사태로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뉴욕 증권시장이 문을 닫은 직후 전기가 나가자 맨해튼의 수많은 고층빌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걸어서 귀가길에 올랐다. 신호등도 꺼지고 지하철과 버스 운
행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각 사무실에서는 건물내 방송을 통해 엘리베이터에 갇힌
직원들이 없나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미국 최대의 전화회사인 베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비상 발전시설을 가동시켜
지상 유선서비스는 중단사태를 빚지 않았으나 일대 주민들이 일시에 휴대폰을 사용
하려는 바람에 휴대폰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한동안 마비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테러공격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초기의 불안은 일단
진정됐지만 맨해튼 사무실마다 가득 차 있던 뉴요커들은 곧 어떻게 집에 갈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시내 곳곳에서는 이미 합승객들로 만원이 된 택시에 끼어 타려는 초
조한 퇴근길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운수회사들로 정전된 도시의 항공기와 기차,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신호등이 꺼져 도로는 뒤엉킨 자동차들과 보행자들로 가득 찼다.
목이 쉰 교통경찰은 승용차 본닛을 두드리며 "앞으로 가라"고 소리치고 운전자는 "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항의하는 풍경도 보였다.
뉴욕시의 3개 주요 공항 역시 전기가 나가 전국에서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는 파
급효과를 낳았다.
존 케네디 공항의 델타항공 대변인은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공
항이다. 전세계 모든 항공사의 항공기가 뉴욕에서 발착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
조했다.
점포들은 대부분 약탈을 우려해 셔터를 내렸고 무더운 날씨에 벌어진 정전사태
로 가두 판매점의 생수와 청량음료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핫도그와 햄버거, 프레
첼 등 간식 판매대도 때아닌 대목을 만나 한 시간만에 동이 났다.
아이스크림 트럭 주인은 줄 서있는 30여명의 고객들을 보며 "이제야 날 좋아하
는군. 전기가 들어왔을 때는 다 어디 있었지?"라며 농담을 던졌다.
술집들 역시 혼잡을 뚫고 나가느라 고생하느니 느긋하게 사태가 끝나기를 기다
리는 쪽을 택한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디트로이트 일부 지역에서는 수압이 낮아져 수돗물이 끊기는 바람에 물 구하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낮잠을 자던 중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지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그는 "라디오도 꺼지고 에어컨도,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도 나갔다"며 몸을 식히
기 위해 수영장에라도 갈까 했으나 찜통같은 집안에 개만 남겨놓을 수가 없어 포기
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 시민들은 26년전 여름의 정전 사태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뉴욕에서 지난 1977년 7월 13일 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25시간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암흑 속에서 무더운 여름밤을 지새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콘-에디슨 발전소에 낙뢰가 떨어지면서 촉발된 정
전 사태로 뉴욕시와 뉴욕시 북부 지역의 800만 주민들의 손발이 묶였으며 에이브러
험 빔 당시 뉴욕 시장은 이후 정전 당일을 "공포의 밤"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외신종합)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