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오전 수석회의에서 '인공기 소각.훼손' 등에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이 곧바로 대구 U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화답하고 나서자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간에 18일부터 19일 사이에 '사전 조율'내지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감설을 강력 부인했다.
"북한측과 어떤 사전 조율도 없었으며,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대구 U대회의 성공적 개최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대구.경북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어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유감표명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정부의 참모들은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해서 유감표명을 머뭇거린 것 같다"고도 말했다.
통일부 수준의 언급을 준비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감 표명을 하도록 한 데 대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도 대회 불참 의사를 끝까지 번복하지 않을 경우 내부의 강한 비판을 무릅쓰고 유감 표명을 한 노 대통령만 코너에 몰릴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북한측과 사전에 협의 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실제로 국내 보수단체와 일부 언론들은 '북한의 협박에 굴복했다'고 노 대통령과 정부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나섰고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무턱대고 유감표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 몇차례 "이번 대회는 굉장히 중요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행사인데, 성공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소 제가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하고 성의를 다한만큼 이제는 잘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한 점도 교감설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노 대통령은 또 지역 언론인들과 함께 한 오찬장에서 "이렇게 해놓고 북한이 안 오면 나만 욕먹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건넨 것 역시 역으로는 북한 참가에 대한 일정한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대구 경제의 침체에 대해 높은 관심의 수준을 넘어 부담감마저 느끼는 것 같았다는 것이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의 전언이고 보면 U대회 성공에 목을 메고 있는 대구의 상황도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물론 영남 특히 대구.경북의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정치적인 요인도 내포돼 있었을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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