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개구리와의 공통점

조선 세종 때 허성이란 재상이 있었다.

그는 누가 청탁을 하면 원하는 바의 반대로 일을 틀어버려 '청개구리 대감'이란 별호를 얻은 이다.

그런 그의 강직성이 이도(吏道)를 밝히는 지표가 됐지만, 그것을 역이용해 자신의 소망을 해결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는 정부가 사찰의 관리자를 임명하던 때라 한 스님이 허 재상에게 주지 청탁을 했다.

이 스님은 자신이 가고 싶은 절에는 절대로 못 간다며 어느 절로 보내달라고 꾀를 부렸다.

결과는 그의 예측에서 빗나가지 않아 훌훌 한양을 떠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쯠개구리는 소견 없는 자로도 자주 인용된다.

세계 어느 나라 치고 '우물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없는 나라가 없다.

그래서일까. 개구리는 엉뚱한 실험의 희생자가 된다.

개구리를 열탕에 갑자기 던져 넣으면 펄쩍 놀라 뛰쳐나간다.

하지만 미지근한 탕 물에 넣어놓고 계속 온도를 높이면 태연자약하게 지낸다.

종래에 삶겨 죽을 운명이란 것도 모른 채 '우물'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쯠어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한 시중의 풍설을 공개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홍보위원장이라는 분이 당직자회의가 끝나갈 무렵 시중에 나도는 노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 5가지를 거론했다.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가끔씩 슬피운다'…. 기억이 막히자 옆에 있던 사무총장이 거들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생긴 게 똑같다'.

쯠대통령은 만인의 주목을 받는 자리라 일을 잘하든 못하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마련이다

지난 정권 때도 대통령을 비하하는 시중의 유언(流言)은 항상 있어왔다.

전두환은 돌, 노태우는 물, 김영삼은 깡통 등.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유로 정치적 불만이나 불신을 토해냈다.

민중들의 카타르시스이니 말릴 수도 없다.

그런 성향은 더욱 다양하게 발전 돼 날씨 변화까지도 대통령 탓으로 돌려진다.

지난 장마 때 이야기다.

"DJ 때는 비가 대중없이 오더니, 노무현 때는 노다지 온다".

쯠신통한 화젯거리가 없는 사회에서 대통령을 씹는 맛은 아주 근사하다.

요즘처럼 나라가 어려우면 거품을 물고 씹게된다.

'개구리와의 공통점'은 그런 서민정서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중의 일이다.

공당(公黨)의 당직자 회의에서 대통령을 비하하는 풍설을 소개했다는 것은 사려가 없는 행동이다.

대통령의 무자격을 드러내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자신이 입게될 피해 또한 그 못지 않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은 '개구리와의 공통점'을 들먹이며 노닥거릴 시기가 아니다.

미지근한 물에 들어앉아 열탕을 기다리고 있는 나라꼴을 걱정해야 할 때다.

박진용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