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입구부터가 범상찮다.
커다랗게 입을 벌린 동굴 내부에서 서늘한 기운이 바깥으로 풍겨져 나온다.
철계단을 오르면서 흘린 땀은 금세 말라붙는다.
앞서 가는 사람이 없다면 쉽게 발을 들일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한다.
한 스님이 수도하러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은 있는데 나오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환선굴(幻仙窟).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덕항산 중턱에 있는, 5억3천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암 동굴이다.
지금도 노화와 회춘이 같이 진행되고 있다.
폭 14m, 높이 10m로 보는 이의 기(氣)를 꺾는 굴 입구에 서려면 30분 정도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절묘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가 늘어서 있는 덕항산을 바라보며 15분 정도 걷다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했다는 선녀폭포가 나온다.
이어 나오는 화장실은 오줌보가 작은 사람은 꼭 들러야 할 코스. 더 위쪽으로는 볼일 볼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바깥기온과 15℃ 차이
굴의 총 연장은 6.2㎞. 개방구간은 1.6㎞다.
안으로 갈수록 커지는 동굴 내엔 길이 잘 닦여져 있다.
모든 길은 쇠로 만든 다리와 난간으로 되어 있다.
여행객들은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신발에 흙 한 점 묻히지 않고 긴 세월이 만든 걸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벗어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탐방객들의 안전과 동굴 보존을 위한 조치다.
대충 보면 1시간, 찬찬히 뜯어보면서 걷는다면 2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환선굴은 말이 굴이지 땅 속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다.
높은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들어서도 됨직한 광장도 있다.
내부 온도는 사시사철 크게 변하지 않는다.
8℃와 14℃ 사이만 오르내린다.
한여름에는 바깥과의 온도 차이가 15℃ 이상 난다.
온도에 민감한 사람은 한여름일지라도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종유석이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기기묘묘하게 생겨 가장 아름답다는 만물상을 지나면 여체 모양의 미녀상이 나온다.
허리가 잘록하고 다리도 날씬하다.
하지만 보는 각에 따라서는 괴물로봇처럼도 보인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크고 작은 구멍이 수없이 나 있다.
생긴 모양이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혹성의 표면과 똑같다
이어 나오는 제1폭포. 옆으로 누워있는 항아리 입구처럼 생긴 돌구멍에서는 물이 쏟아진다.
분출된 물이 잠시 머무르는 소(沼)는 수중조명 때문에 신비롭게 다가온다.
벽면을 따라 지금도 대형 유석이 자라고 있는 꿈의 궁전에 들어가기는 쉽잖다.
다른 곳은 다 활개치며 다닐 수 있지만 이곳만큼은 키를 낮춰야 출입이 가능하다.
◈'기기묘묘'만물상…
올라서면 여러 갈래로 뻗은 동굴이 한눈에 들어오는 희망봉 천장엔 하트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종유석이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사랑과 우정을 맹세하면 절대 변치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젊은 연인들은 물론 중년 부부도 슬쩍 손을 잡는다.
흉측하게 생긴 악마의 발톱을 지나면 두 개의 출렁다리가 기다린다.
하나는 지옥교이고 또 하나는 참회의 다리다.
중간에는 오백나한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지옥교는 죄 지은 사람은 지날 수 없단다.
참회의 다리 발판 밑으로 아득하게 보이는 지옥소(地獄沼)는 다리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다 건너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완전히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연꽃모양 옥좌대도
천장에서 한방울 한방울 떨어진 물은 바닥에 동그란 연꽃모양의 임금님 자리(옥좌대)를 만들었고,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다랑논도 만들었다.
작은 호수 건너 벽면에 커튼 모양으로 형성된 종유석 위에 자리잡은 마리아상은 허리를 굽히고 뚫어지도록 바라봐야 눈에 들어온다.
천장에 매달린 관음상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인간의 손길이 조금은 미친 듯한 만리장성을 지나면 여의주를 문 용머리가 반긴다.
옛날 이곳에 용머리 형상의 석순이 있었는데 용의 머리 부분을 절단해 도망치던 사람이 갑자기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억겁의 세월과 물이 만든 땅 속 별천지를 한바퀴 빙 돌아 나오면 꼬리가 잡힐세라 빠르게 뺑소니를 치는 여름 뒷모습을 볼 수 있다.
환선굴 개방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8시~오후 7시, 11월부터 2월까진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이다.
관람료는 어른 4천300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100원이다.
주차료는 소형 1천원이다.
▶가는 길=대구에서 가는 길은 세가지. 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빠져 봉화, 태백을 거치는 코스는 굽이길이 좀 많지만 산골 정취가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원주IC에서 빠져 영동고속도로를 탈 경우 동해IC에서 내려 도개·태백 방향으로 20분 정도 달리면 환선굴 진입로가 나온다.
포항~영덕~울진을 거치는 7번 국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길이 험하므로 삼척시가지에 도착해 환선굴로 가는 것이 좋다.
어느 코스든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 정도는 걸린다.
▶가볼 만한 곳=어린이를 동반했다면 석회·용암동굴 등 7종류의 동굴 모형과 함께 암벽타기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이 있는 동굴탐험관(033-574-6228), 박쥐처럼 동굴에 서식하는 생물 등 국내·외 동굴 관련 자료를 집대성해 놓은 동굴신비관(033-570-3838)을 둘러볼 만한다.
입장료는 동굴탐험관이 성인 2천원·어린이 1천원이고, 동굴신비관은 성인 3천원·어린이 1천500원이다.
환선굴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또 다양한 형태의 대형 남근(男根) 조각품들이 아낙네들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해신당공원이 차로 1시간20분인 거리인 원덕읍 갈남2리에 있다.
>
▶먹을 만한 집=환선굴 바로 주변에는 산채비빔밥 등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삼척 토속 음식으로는 껍질 벗긴 곰치(물곰 또는 곰이라고도 함)에 김장김치를 넣어 끓인 곰칫국이 있다.
술 먹은 뒤 속풀이용으로 인기를 얻고 잇는데 삼척항 주변에 가면 먹을 수 있다.
1인분 6천원. 일출회집(033-574-2479), 바다회집(033-574-3543), 만남의식당(033-574-1645) 등에서 전문으로 한다.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